▲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9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정권은 지지율 하락 속에서도 문재인 정권 공격에 주력하고 있다.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를 앞지르는 데드크로스에 이어 지지율이 30%대로 폭락했는데도 이른바 북풍 사건에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이전 정권과의 총력전에 과도하게 매몰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심상치 않은 경제위기의 시대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전 정권이나 야당보다는 대중의 움직임이 집권당의 안위에 더 큰 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세계경제가 '신세계'에 진입한 2020년부터 지구촌 곳곳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민중시위들은 각국 정권들이 얼마나 두려운 마음으로 대중의 동향을 살펴야 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경제난으로 인해 들끓는 민중들
민생고로 인한 시위가 올해 초부터 격화된 스리랑카에서는, 고타바야 라자팍사 대통령이 국제통화기금(IMF)과 인도 등으로부터 금융지원을 얻어내는 일이 있었지만 5월부터 시위가 더 격화돼 라자팍사 가문과 국회의원 수십 명의 가옥이 불타는 사건들이 벌어졌다.
사태가 수습되지 않자, 라자팍사 대통령은 야당과의 제휴를 선택했다. 현지 시각 5월 12일, 야당 소속이자 전직 총리인 라닐 위크레메싱게를 총리로 임명했다. 민중의 도전 앞에서 야당과의 제휴를 선택한 이 조치는 시위를 누그러트리는 데는 기여했지만, 근원적 처방이 되지는 못했다. 식품·석유·의약품 부족과 물가상승률 인상이 개선되지 않자 시위는 한층 더 확산됐고, 라자팍사는 결국 사임을 표명한 뒤 군용기를 타고 서남쪽 몰디브로 망명했다.
경제난과 민중 시위는 다른 나라 정권들에도 위협이 됐거나 되고 있다. 핵문제 때문에 미국 및 이스라엘과 대결 중인 이란 정부는 작년 7월 16일부터 남부 후제스탄주에서 발생한 민중 시위로 커다란 곤혹을 겪었다. 가뭄으로 인한 단수 조치에 반발하는 국민들에 맞서 경찰이 발포를 하고 정부 진상조사단이 나섰지만, 시위는 그 뒤로도 계속 이어졌다.
후제스탄주에서는 올해 5월 12일에도 식료품값 급등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상당수 이란 민중의 의식 속에 '이란 대 미국' 구도보다 '민중 대 이란정부' 구도가 크게 자리잡게 됐음을 반영하는 현상이다. 글로벌 경제난 속에서 전 세계 민중의 단결력과 행동력이 고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올해는 우크라이나전쟁이 새로운 변수로 추가됐지만, 작년만 해도 코로나 팬데믹과 미·중 패권경쟁이 세계 경제를 악화시키는 주요 변수였다. 이로 인한 경제난이 얼마나 큰 타격을 안겼는지는,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가 혁명을 일으킨 1959년 이후의 최대 시위가 쿠바에서 발생한 데서도 상징적으로 나타난다.
작년 7월 11일 쿠바 전역 40여 곳에서 동시다발로 일어난 민중시위는 경제난에 기인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쿠바정부를 얼마나 당혹스럽게 만들었는지는 북한정부까지 거들고 나선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6일 뒤 북한 외무성은 대변인 담화를 통해 '쿠바에서 발생한 반정부 시위는 외부세력의 배후 조종에 의한 산물'이라는 입장을 발표했다. 북한이 쿠바 집권세력을 옹호해줄 필요성이 생길 정도로 사태가 악화됐던 것이다.
시위 발생 직후에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트윗을 통해 쿠바 시위를 지지하는 등의 외부 개입이 있기는 했지만, 이 시위의 본질은 경제위기에 기반한 민중시위였다. 북한 외무성은 이를 뻔히 알면서도 '쿠바 대 외세'의 문제로 부각시키며 '동업자의 우애'를 과시했다. 지금의 경제위기가 친미진영·반미진영을 떠나 세계 정치권력들을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윤석열 정부가 우선 신경써야 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