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아동폭력 살인) 사건을 묘사한 작품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
최방식
정인이(아동폭력 살인) 사건을 묘사한 작품 '하늘에는 영광, 땅에는 평화'도 그 중 하나. 소설 <폭풍의 언덕> 배경이 됐던 영국 북동부 요크셔 벌판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절망과 회한을 모티브로 아동학대를 비판하고 그 아픔을 치유하려는 작가의 몸부림이었다. 낯선 곳에서 느끼는 그 문화적 충격이 그의 작품에 배어 있는 것이다.
요즘 속도를 내는 십이지신상도 마찬가지. 사람의 본성을 어떻게 담아볼까 고민하다 인간을 12유형으로 분류하는 전통 음양오행설을 떠올렸다. 하지만 작품을 만들기는 쉽지 않았다. 닭, 개, 돼지, 쥐, 소까지 마쳤다. 1년에 하나 할까 말까 정도. 최근 마친 소(띠)는 자유를 열망하는 염원, 그리고 해방(노동으로부터)을 승무(불교)로 표현했다. 좀 더 발전시켜 '500군상'도 도전해볼 생각이다.
요즘 들어 그가 폭을 넓히는 쪽은 사회성 짙은 작품들. 대학 다닐 때부터 가졌던 시선을 이제 작품에 담고 있다. 학생·노동·사회 운동 일선을 뛰지는 않았지만, 독재를 싫어하고 민주주주를 염원하며 민주화운동을 지원하고 지지해왔듯 이제 그 정신을 작품에 담으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