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이 소유한 사유지인 섬암돈대 터.
이승숙
그렇게 해서 가보지 못했던 섬암돈대를 다시 찾아갔다. 이번에는 다른 길로 올라갔다. 신축 건물 공사장 뒤로 길이 있었다. 시멘트로 포장이 된 길은 꽤 넓고 좋았지만 신축 건물이 들어서면서 길이 좁아졌고 가림막을 쳐 놔서 잘 보이지 않았다. 그 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니 섬암돈대 터가 있었다.
섬암돈대(蟾巖墩臺)는 강화군 길상면 장흥리에 있다. 장흥리는 김포에서 강화로 들어오는 초지대교에서 멀지 않은 데다 바다를 앞에 두고 있어서 인기 있는 지역이다.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보니 카페며 식당들도 많다. 그런데도 계속 땅이 개발되고 건물들이 들어선다.
놀고 있던 유휴지들이 비싼 값에 거래가 되니 구릉 위에 있는 돈대 터라고 그냥 놔둘 턱이 있을까. 섬암돈대 터는 현재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사유지다. 문화유적지가 어떻게 개인의 소유가 될 수 있나 싶었지만 오랜 세월 방치되어 버려져 있다보니 그렇게 되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전망 좋은 돈대 터, 군침 흘릴 만하다
섬암돈대 아래는 온통 다 개발되었다. 돈대는 언덕 위에 있으니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았지만 언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자본의 탐욕은 그 어떤 장애물도 다 제거하는데 돈대 터라고 비켜갈 리 있겠는가. 더구나 관리가 소홀한 돈대 터임에야 말해 무엇할까. 이미 개인이 이 터를 소유하고 있는 실정이니 이대로 가다가는 그나마 남아있는 흔적조차도 사라질까 염려된다.
섬암돈대 터에는 농사용 부자재들을 넣어두기 위해서 설치한 듯 보이는 비닐하우스가 두 동 있었다. 돈대 터 둘레를 따라 철망도 처져 있었다. 설치한 지 오래 되었는지 철망은 녹이 슬어 있었다. 우리는 철망 너머로 그 안을 들여다 보았다.
성암돈대 터에는 개망초꽃이 가득했다. 돈대였음을 알려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동서 34m, 남북 32m에 둘레가 128m였을 거라 추정되는 큰 돈대였는데 규모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은 남아있지 않았다. 성벽의 높이도 3m 내외는 되었을테니, 멀리서 바라봤을 때 그 위용이 얼마나 대단했을까.
그 옛날, 지금처럼 나무들이 우거지지 않고 주변에 돈대를 가리는 게 아무것도 없었을 때, 온 사방에서 돈대가 우뚝하게 보였을 것이다. 김포와 강화 사이의 해협을 오르내리던 배에서도 이 돈대는 훤하게 다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섬암돈대는 초라하다 못해 비루해 보인다. 이곳이 조선시대 나라를 지키던 돈대 터임을 알려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돌 무더기는 고사하고 안내판도 하나 없다. 당국의 무관심이 이 정도이니 돈대 터가 사유지로 넘어간 것은 당연하다 싶었다.
무단 변경시 처벌 사항
원래 이곳에는 돈대 터임을 알려주는 안내판이 있었다. 작년 봄에 섬암돈대를 찾았던 지인은 안내판이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나무에 기대어 세워놓았다고 했다. 그런데 그 안내판이 없었다. 있을 만한 곳을 다 찾아봤지만 보이지 않았다.
안내판에는 섬암돈대의 간단한 이력과 함께 이곳을 무단으로 변경할 때의 처벌 사항을 알려주는 문구도 적혀 있다. '주변 및 현상을 무단 변경시에는 문화재보호법 제 194조 2항에 의거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음을 알려 드린다'라고 적혀 있는 안내판이다. 그런데 그 안내판이 사라져 버렸다. 강화군청에서는 확인하겠다는 말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