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검북돈대 근처에 있는 옛 우물.
이승숙
동검북돈대의 소사나무들은 대단했다. 그 중의 한 그루는 더 훌륭했는데, 그냥 보기에도 마니산 참성단의 나무보다 나이도 더 들었을 것 같고 몸치도 더 크고 웅장했다. 동검북돈대의 소사나무가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에 있었다면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되어 대접 받을 텐데, 궁벽진 곳에 있어 홀대를 당하는구나. 역시 어디에 위치하는지에 따라 대접이 달라진다는 걸 나무를 보면서도 느꼈다.
소사나무를 가만히 끌어안고 마음을 나눴다. "이렇게 있어줘서 고마워." 사람의 탐욕만큼 무서운 게 없는데 동검북돈대의 소사나무는 그 손길을 피해 갔다. 쓸모없는 나무라고 베어 버릴 수도 있었는데 그냥 두고 봐준 옛 사람들의 너그러운 성정이 고마웠다.
숲의 정령들이 지켜주는 동검북돈대
섬 안에 있는 산 정상에 돈대가 있다. 그리 높지는 않은 산이지만 그래도 산은 산이다. 숙식을 하면서 돈대를 지키자면 물을 얻을 수 있는 샘이나 우물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근처에는 사람이 사는 집도 없는데, 어디에 가서 먹을 물을 얻었을까. 돈대 근처 어딘가에 샘터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내려오는데 길 아래쪽에 작은 습지가 보였다. 가까이 가서 확인하니 우물이었다.
둘레에 돌담장을 쌓아놓은 것을 봐서 분명 사람들이 물을 길어먹던 우물이다. 갑자기 동검북돈대가 가깝게 다가왔다. 안내 표지판 하나 없이 버려져 있다시피 한 돈대인데, 그런데도 동검북돈대는 방치한 후손들을 꾸짖지 않고 지긋하게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후애돈대와 택지돈대 그리고 동검도에 있는 동검북돈대까지 한꺼번에 다 둘러봤다. 꽤 무더운 날이었는데도 더운 줄도 몰랐다. 땡볕 아래 걷기도 했고 숲 모기들의 공격에 도망치기도 했다. 그런 모든 애로사항들은 동검북돈대에서 씻은 듯이 다 날아갔다. 숲의 정령들이 지켜주고 있는 듯이 느껴졌던 동검북돈대였다.
<후애돈대 기본 정보>
- 소재지 : 인천광역시 강화군 길상면 선두리 954
- 축조 시기 : 1679년(숙종5)
- 규모 : 둘레 - 129m, 각 변의 넓이 - 32m, 복원 성벽 높이 - 3.5m
- 형태 : 정사각형 모양
- 문화재 지정여부 : 인천 유형문화재 제33호
- 시설 : 문 1개, 포좌 4개, 여장, 누조1개
<택지돈대 기본 정보>
- 소재지 : 인천광역시 강화군 길상면 선두리 1081
- 축조 시기 : 1679년(숙종5)
- 규모 : 둘레 - 103m(추정), 동서 - 30m, 남북 - 21m
- 형태 : 장방형(직사각형 모양)
- 문화재 지정여부 : 비지정
<동검북돈대 기본 정보>
- 소재지 : 인천광역시 강화군 길상면 동검리 산 70
- 축조 시기 : 1679년(숙종5)
- 규모 : 둘레 - 261m, 동서 - 93m, 남북 - 38m
- 형태 : 장방형(직사각형 모양)
- 문화재 지정여부 : 비지정
- 시설 : 문 1개, 건물지(추정) 1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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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명나게 살다보면 내 삶의 키도 따라서 클 것이라는 생각을 하며 오늘도 뭐 재미있는 일이 없나 살핍니다.
이웃과 함께 재미있게 사는 게 목표입니다.
아침이 반갑고 저녁은 평온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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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히 훼손된 돈대... 볼 것도 없는데 왜 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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