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봉선과 남생이 무당벌레
박병춘
이곳 강원도 평창군 해발 700미터 산골에도 엄청난 비가 왔었다. 계곡은 불어난 수량으로 굉음을 내며 진부면 오대천과 만난다. 부석사 계곡 주변 임도를 따라 폭포의 웅장함에 놀라고, 아름답게 피어난 야생화에 빠진다.
물봉선이 반긴다. 줄기 위에 피어나는 일반 꽃들과 달리 물봉선은 바늘만한 줄기를 따라 대롱대롱 매달려 신비롭게 꽃을 피운다. 물봉선은 입을 크게 벌리고 물안개를 마시고 있는 듯하다. 흰물봉선 잎에 앉아 젖은 날개를 펴는 '남생이 무당벌레'를 본다. 무당벌레 중 가장 큰 종으로 등판에 "갑(甲)"자를 새겼다.
물봉선 이파리에서 한숨 돌리며 찬란하게 행하는 갑질에 렌즈를 고정한다. 날개 속 빠알간 몸이 데칼코마니 수평선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겉과 속이 같은 빨간색으로 수박과는 다르다. 저 여리고 섬세한 날개로 어디를 그리 다녀왔을까. 이름이 남생이 무당벌레니, 남생이네 집이거나, 흠... 상상하는 재미도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