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3년 경향신문에 실린 논현동 자작나무 사진 (빨간 네모 안)1973년 4월 5일 <경향신문>에 실린 ‘보호수로 지정된 서울 성동구 논현동 76 언덕에 있는 자작나무’라는 기사. “수령 6백년, 높이 18m, Y자 모양으로 생겨 성사목(性思木)으로 이름난 거목, 과부를 재가시킨다는 전설이 담겨 있다”는 설명이 담겼다.
경향신문
논현동 자작나무 관련한 다른 기록도 찾아보았는데 1973년 4월 5일 <경향신문>에 실린 '보호수로 지정된 서울 성동구 논현동 76 언덕에 있는 자작나무'라는 기사가 있었다. 나무 사진과 함께 "수령 6백년, 높이 18m, Y자 모양으로 생겨 성사목(性思木)으로 이름난 거목, 과부를 재가시킨다는 전설이 담겨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 기사에 수록된 사진을 보면 '논현동 자작나무'는 굵은 밑동에 가지들이 멋지게 흐드러진 고목이다. 사람들이 찾아와 소원을 빌 만큼 염험 있어 보였다. 기사는 논현동 자작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되었다는 정보도 담고 있었다.
하지만 기자는 지난 수십 년간 논현동 주변을 수도 없이 돌아다녔어도 수령 6백년의 '자작나무'를 본 적이 없다. 그런 나무가 있다는 소문도 듣지 못했다. 오래된 수령만큼이나 신비한 전설을 간직한 '보호수' 논현동 자작나무는 대체 어디에 있는 것일까?
논현동 자작나무를 찾아서
논현동 자작나무가 있던 '성동구 논현동 76번지'는 강남구가 신설된 1975년에 '강남구 논현동 76번지'가 된다. 그리고 1976년에는 논현동 76-1번지 등 여러 번지로 분할된다.
1970년대 진행된 '영동 개발'은 강남 일대 토지를 구획정리했는데 논현동 76번지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토지구획정리가 완료된 1982년 논현동 76번지는 논현동 38번지로 변경된다.
토지대장에 나온 땅의 이력은 이 일대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보여주는 듯했다. 구 논현동 76번지는 1960년대와 70년대에 지목이 '전(田)'이었다. 하지만 토지구획정리 후 지번이 '논현동 38'로 바뀐 1982년에는 지목이 '대(垈)'로 변경되었다. 농사짓는 땅이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으로 된 것.
이에서 짐작할 수 있듯 지금의 강남구 논현동 38번지 일대는 주택가가 되었다. 그런데 자작나무는 볼 수 없다. 고급 주택과 대형 빌라가 들어선 골목들을 아무리 돌아다녀도 수령 6백년 된 커다란 자작나무, 보호수로 지정되었다던 그 고목은 볼 수 없었다.
다만 카메라를 들고 서성이는 기자를 경계하는 고급 빌라의 경비원들과 바로 옆 골목에 자리한 공매 처분이 확정된 전직 대통령의 집을 지키는 경호원들만 눈에 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