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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관심·착각·맹신이 만든 치킨프랜차이즈 잔혹사

[주장] 수년간 되풀이되고 있는 '갑질'... 프랜차이즈 기업, 이제는 바뀌어야

등록 2022.09.16 16:05수정 2022.09.16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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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국회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참석자들은 피해 사례, 본사의 '갑질' 사례를 쏟아냈다(자료사진).
지난 7일 국회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참석자들은 피해 사례, 본사의 '갑질' 사례를 쏟아냈다(자료사진).픽사베이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 간 분쟁 기사에 가끔 이런 댓글이 달린다. '프랜차이즈가 다 그렇지, 이걸 모르고 가맹한 사람들이 문제 아닌가?' 그러니까, 말하자면 '무지도 죄'라며 비아냥거린 것이다.

사실 이런 비아냥은 무시하면 될 일이다. 그런데 그렇게 무시하고 넘기기엔 다소 찔리는 부분 또한 있다. 분명 이런 사실을 모르지는 않았지만, '설마 내가 선택한 이 브랜드가?' 또는 '오늘도 동네에 저 많은 가맹점이 별일 없이 장사만 잘하고 있는데?'라는 생각에, '그때 봤던 그 기사의 가맹점주가 설마 미래의 나는 아니겠지'라는 낙관 아래 가맹 계약서에 주저 없이 도장을 찍었기 때문이다.

참으로 '변함없는'... 대한민국 프랜차이즈

지난 7일, 김한규 의원(더불어민주당) 주최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 필자는 피해 사례 당사자 자격으로 참석했다. 물론 이 간담회의 진짜 주인공은 간담회 제목처럼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었다.

주인공이 이렇게 명시되었음에도 6년이라는 세월 속 빛바랜 사연을 가진 필자와 치킨이 아닌 타 외식 업종 점주까지 초대한 것은, 혹시라도 주인공들의(치킨 가맹점주) 이야기가 빈약할 경우를 대비한 일종의 '비상 대기조' 성격인 듯했다. 그러나 이건 기우였다. 치킨 가맹점들의 호소는 사전에 허락된 간담회 시간을 훌쩍 넘기고도 모자랐다.

최근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는 국민의 이목을 끌었다. 요즘 점주 수입이 최저시급도 안 된다는 고백을 하며 그들의 수익 개선을 위해서 치킨 판매가가 3만 원은 해야 한다는 발언으로 치킨 애호가들의 분노를 산 BBQ 회장, 거꾸로 초저가 치킨 출시하며 시장에 파란을 일으킨 홈플러스의 '당당치킨' 그리고 영업이익에서 애플을 이긴 회사로 유명세(?)를 탄 bhc 사례로 알 수 있듯, 최근 치킨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비대면 시대의 특수를 누리며 한국 사회의 논쟁 소재로 떠올랐다.

이날 김한규 의원은 지난 8월 31일 한국공정거래조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인용하며 "지난 '18년~'22년까지 치킨 매출 상위 20개 기업의 분쟁조정 신청 건수는 73건에 달했다", "분쟁조정 신청 건수만 놓고 실제 분쟁이 어느 정도 발생했는지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분쟁조정 신청이 유독 bhc와 BBQ에 몰려있다면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도대체 치킨 업계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우리도 사람인데..." 응어리 풀어내듯 하소연 쏟아낸 점주들
  
 지난 7일 김한규 민주당 의원 등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간담회' 모습. 맨 오른쪽이 필자.
지난 7일 김한규 민주당 의원 등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간담회' 모습. 맨 오른쪽이 필자. 김한규의원실
 
간담회가 시작되자, 치킨 가맹 점주들은 그동안 쌓아 두었던 가슴 속 응어리를 풀 듯 본사의 갑질 사례를 쉴 새 없이 쏟아 냈다. 그리고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꼼꼼하게 챙겨온 각종 자료를 김한규 의원 앞에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김 의원에게는 이미 45쪽짜리 두꺼운 발제 자료가 제출된 상태였다. 그 발제 자료에는 치킨 프랜차이즈 산업이 그동안 얼마나 큰 성장을 했으며 이들이 어떤 방법으로 가맹점을 발판 삼아 성장했는지, 구체적인 사례와 데이터가 담겨 있었다.


자료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가맹점에 원부자재의 매입을 강제하여 큰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경기도의 한 치킨 가맹사업 정보공개서 분석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치킨 본사는 가맹점에 공급하는 닭고기, 식용유 등 원재료의 약 80%를 본사에서만 매입하도록 강제하고 있었고, 종이호일과 치즈 등 부재료는 50%를 강제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본사는 여기에 과도한 유통 마진을 붙여 가맹점에 판매하고, 그로부터 수익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들 기업은 그 원부자재가 자신들만의 차별화된 재료라고 주장한다. 프랜차이즈의 정체성인 '통일성'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 기업 주장에 반하는 기사가 지난 2월 16일 '[단독] 30% 비싼 bhc 전용유, 다른 고올레산 해바라기유와 99.9% 차이 없다'라는 제목으로 한국일보에 의해 보도되었다. 이 기사는 치킨 본사들의 '차별화된 재료'라는 주장이 대체로 과장되거나 근거가 없음을 지적했다.

이렇게 기술된 몇 가지 사실만으로도 알 수 있는 사실은 대한민국 프랜차이즈 기업은 여전히 미국의 50~60년 전 시스템을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했다. 그러니까 이제 웬만한 정보는 손바닥 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시대라는 것이다.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유통하는 원부자재의 시중 가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가맹사업법 또한 쉽지 않지만 들여다 보고, 모르면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그동안 본사가 '법과 원칙'에 따랐다는 말이 사실이 아니거나 왜곡되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1970년대 사고방식에 갇혀있는 본사가 이런 상황을 대화가 아닌 '갑질'로 풀려고 한 것이다. 아래는 이날 이 자리를 찾은 치킨 점주들의 하소연 중 일부다.

"본사는 이익을 독점하는데, 점주들은 최저임금 수준도 못 가져간다. 퇴직금을 털어서 가맹점을 시작했는데 2~3억 내고 본사 직원이 된 것만 같다. 사기당한 기분이다."

"점주들이 5~6년 하면 못 견디고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데, 본사에서는 갖은 여러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고 신규 매장을 내면 인테리어 등 부가적인 수입도 생길 뿐 아니라 말 잘 듣는 가맹점도 생긴다."


"우리도 사람이다. 그런데 본사는 쉬지도 못하게 한다. 휴무(결정권이)라도, 가맹점주들에게 자율적으로 줬으면 한다. 제발 숨이라도 쉴 수 있게 해달라."

치킨 점주들의 이런 호소는 6년 전 어느 날, 필자가 가맹점주 자격으로 시민단체와 정치인들이 참여한 간담회 자리에서 했던 하소연과 비교했을 때, 조금 과장해서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았다. 그러니까 그 6년 동안 한국 프랜차이즈 기업은 단 한 발자국의 변화도 이루어내지 못한 것이다.

물론 관련 법은 좀 더 세밀하게 개정되고 보완되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법은 최후의 수단일 뿐이다. 더욱이 대형 브랜드들은 관련 법 또한 쉽게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요즘은 자본이 법 봉을 거의 직접 휘두르기까지 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공정한 분배에 대한 갈증... 이대로 방치한다면, 양극화 더 심해질 것 
 
 주요 치킨브랜드 영업이익율 변화
주요 치킨브랜드 영업이익율 변화간담회 자료집

어떤 기업이 특수를 누렸다면 그 이익분배와 관련된 갈등은 요즘 시대에서는 당연한 일인 듯싶다. 몇 달 전 대기업 사무직, 연구직 직원들의 성과급 불만이 그러했고 고액연봉으로 유명한 게임사들의 이익분배와 관련된 직원들의 불만이 기사화되기도 했다. 그러니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블루칼라보다 근무 환경이 좋다는 이유로 목소리를 내지 않던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이, 현재는 이익분배에서만큼은 당당하게 자신들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하물며 근로자가 아닌 가맹사업주가 자신의 근무 환경과 이익분배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 또한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 프랜차이즈 기업들은, 가맹점주에 대해 여전히 협조를 구해야 하는 파트너가 아닌 시키면 따라야 하는 종속적 관계로 여기고 있다.

김 의원은 간담회 말미 치솟는 치킨 가격으로 인해 분노한 국민이 치킨 프랜차이즈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 이면에서 벌어지는 프랜차이즈 가맹본부의 불공정한 폭리·착취·갑질·전가 등의 문제는 소비자들이 잘 알지 못해 이런 일이 이해 당사자 간의 이전투구로 보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분쟁이 해결되고 관련 법이 개정되기 위해서는 국민의 관심이 필요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가맹점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오늘처럼 자신들의 처지를 세상에 알려야 한다고 부탁했다.

진정 공감되는 말이었다. 그날 치킨 점주들의 하소연은 수년 전 내 일이었고 수십 년 전, 어느 가맹점주의 일이었다. 그럼에도 이 악순환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는 이유는 한국 사회의 무관심과 그 무관심에 기인한 가맹희망자들의 착각 때문이다. 그리고 화려한 광고에 호도된 소비자들의 맹신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문제는 한국 사회 전체의 문제라고 본다. 통상 중장년들의 은퇴 후 경제 활동의 주 무대가 바로 프랜차이즈 업종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기억하자. 이들을 향해 '그럴 줄 몰랐느냐'라고 아무리 조롱해도, 프랜차이즈 기업은 굳건하며 절대 없어지지 않는다. 아니, 지금은 오히려 소비자들이 프랜차이즈 가게를 독립자영업자 가게보다 신뢰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문제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앞으로 한국 사회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하리라 본다.
#프랜차이즈 #치킨가맹점 #프랜차이즈 본사 #치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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