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김한규 민주당 의원 등 주최로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간담회' 모습. 맨 오른쪽이 필자.
김한규의원실
간담회가 시작되자, 치킨 가맹 점주들은 그동안 쌓아 두었던 가슴 속 응어리를 풀 듯 본사의 갑질 사례를 쉴 새 없이 쏟아 냈다. 그리고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기 위해 꼼꼼하게 챙겨온 각종 자료를 김한규 의원 앞에 차곡차곡 쌓아 올렸다. 김 의원에게는 이미 45쪽짜리 두꺼운 발제 자료가 제출된 상태였다. 그 발제 자료에는 치킨 프랜차이즈 산업이 그동안 얼마나 큰 성장을 했으며 이들이 어떤 방법으로 가맹점을 발판 삼아 성장했는지, 구체적인 사례와 데이터가 담겨 있었다.
자료에 따르면, 이들 기업은 가맹점에 원부자재의 매입을 강제하여 큰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경기도의 한 치킨 가맹사업 정보공개서 분석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치킨 본사는 가맹점에 공급하는 닭고기, 식용유 등 원재료의 약 80%를 본사에서만 매입하도록 강제하고 있었고, 종이호일과 치즈 등 부재료는 50%를 강제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본사는 여기에 과도한 유통 마진을 붙여 가맹점에 판매하고, 그로부터 수익을 올린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들 기업은 그 원부자재가 자신들만의 차별화된 재료라고 주장한다. 프랜차이즈의 정체성인 '통일성'을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이들 기업 주장에 반하는 기사가 지난 2월 16일 '[단독] 30% 비싼 bhc 전용유, 다른 고올레산 해바라기유와 99.9% 차이 없다'라는 제목으로 한국일보에 의해 보도되었다. 이 기사는 치킨 본사들의 '차별화된 재료'라는 주장이 대체로 과장되거나 근거가 없음을 지적했다.
이렇게 기술된 몇 가지 사실만으로도 알 수 있는 사실은 대한민국 프랜차이즈 기업은 여전히 미국의 50~60년 전 시스템을 답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했다. 그러니까 이제 웬만한 정보는 손바닥 위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시대라는 것이다.
가맹점주들은 본사가 유통하는 원부자재의 시중 가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가맹사업법 또한 쉽지 않지만 들여다 보고, 모르면 주변의 도움을 받으며 그동안 본사가 '법과 원칙'에 따랐다는 말이 사실이 아니거나 왜곡되었음을 알게 된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1970년대 사고방식에 갇혀있는 본사가 이런 상황을 대화가 아닌 '갑질'로 풀려고 한 것이다. 아래는 이날 이 자리를 찾은 치킨 점주들의 하소연 중 일부다.
"본사는 이익을 독점하는데, 점주들은 최저임금 수준도 못 가져간다. 퇴직금을 털어서 가맹점을 시작했는데 2~3억 내고 본사 직원이 된 것만 같다. 사기당한 기분이다."
"점주들이 5~6년 하면 못 견디고 자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데, 본사에서는 갖은 여러 이유로 계약을 해지하고 신규 매장을 내면 인테리어 등 부가적인 수입도 생길 뿐 아니라 말 잘 듣는 가맹점도 생긴다."
"우리도 사람이다. 그런데 본사는 쉬지도 못하게 한다. 휴무(결정권이)라도, 가맹점주들에게 자율적으로 줬으면 한다. 제발 숨이라도 쉴 수 있게 해달라."
치킨 점주들의 이런 호소는 6년 전 어느 날, 필자가 가맹점주 자격으로 시민단체와 정치인들이 참여한 간담회 자리에서 했던 하소연과 비교했을 때, 조금 과장해서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았다. 그러니까 그 6년 동안 한국 프랜차이즈 기업은 단 한 발자국의 변화도 이루어내지 못한 것이다.
물론 관련 법은 좀 더 세밀하게 개정되고 보완되었다. 그러나 현실에서 법은 최후의 수단일 뿐이다. 더욱이 대형 브랜드들은 관련 법 또한 쉽게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요즘은 자본이 법 봉을 거의 직접 휘두르기까지 하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공정한 분배에 대한 갈증... 이대로 방치한다면, 양극화 더 심해질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