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동의 주흥교 고가주흥동은 원래 전나무골이었다. 지금의 반포1동 일대를 말한다. 주흥교 고가는 논현역에서 고속터미널 방향의 도로에 있는 다리로 경부고속도로가 아래도 지난다.
강대호
소도둑 소굴은 야산에 자리한 외진 집이었다. 수색대가 그곳을 덮쳤지만 황소는 이미 도축된 후였다. 황소 주인은 망연자실했지만 "서울 청년들이 보여준 협동 정신은 정말 흐뭇한 것이었다"고 마을 주민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 소식이 화제가 되었는지 이틀 후 소도둑 검거에 공을 세운 마을 주민들에게 표창과 함께 금일봉이 전달되었다는 신문 기사들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약 한 달 후인 <조선일보> 1972년 7월 14일의 '서초동, 새마을자치방범대' 기사에서도 이 마을과 관련한 다른 소식을 확인할 수 있다.
기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마을 사람들이 총동원하여 도둑 잘 잡기로 이름난 서울 영등포구 서초동에 새마을 자치방범대가 발족되었다"고.
기사에 따르면 6월 16일에 소도둑이 출몰했던 이 마을에 6월 28일에는 전봇대의 전선을 끊어가는 도둑도 나타났다고. 물론 마을 주민들이 합세해 전선 도둑을 잡았다. 경찰은 감사장과 함께 공을 세운 주민들을 명예 경찰관으로 임명했다.
농촌 마을이라 소도둑이 출몰했고 도시로 개발되는 중이라 전기선과 전화선 도둑이 출몰하는 강남이었다. 아직은 치안력이 제대로 미치지 않아 주민들이 나설 수밖에 없던 시절이기도.
오늘날 소도둑은?
농사를 황소에 의지하던 시절 농민에게 황소는 큰 재산이었다. 황소를 팔면 등록금을 댈 수 있어 대학을 우골탑(牛骨塔)으로 부르던 시절도 있었다. 그래서 농부에게 전부일 수도 있는 황소를 훔친다는 것은 절도 중에서도 질이 나쁜 절도에 속할 것이다. 그래서 소도둑은 큰 도둑을 상징하기도 한다.
그런데 오늘날의 소도둑은 누구일까? 회사 자금을 횡령한 경리사원이나 고객 자금을 편취한 금융회사 직원? 아니면, 다른 이의 눈물을 자기 이익으로 만드는 세력들? 혹은, 그런 범죄를 권력을 이용해 숨겨주는 부류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전국에서 체납이 가장 많은 지역이 강남구와 서초구였다. 그중에서도 강남세무서가 체납액 약 2조3800억 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서초세무서로 체납액이 약 2조 3700억 원이었다. 4위는 삼성세무서, 5위는 반포세무서였다.
전국 체납액 순위 5위 안에 강남 지역 세무서 4곳이 포함된 것이다. 이들 세무서의 전체 체납액은 9조 원이 넘었다. 그리고 체납액의 절반 정도를 소득세와 양도소득세가 차지했다.
아무튼 소도둑이 출몰하던 농촌 강남은 오래전에 사라졌다. 대신 강남 지역이 소도둑들이 모여드는 곳이 된 것은 아닐까. 물론 선량한 시민도 많이 살고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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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을 지나며 고향에 대해 다시 생각해봅니다. 내가 나고 자란 서울을 답사하며 얻은 성찰과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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