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총선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사)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는 마포구의원 후보 이숲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았다. 그 경험은 어땠나.
"나는 늘 플레이어가 되고 싶은 사람이지만, 페미니스트 정치인은 그런 거에 국한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어떤 역할이든지 해보자. 선거는 4년마다 있는 것이고. 우린 너무 젊기 때문에.
정치를 하려고 모인 사람들의 합의를 이끌어 내서 각자의 역할을 해내는 팀을 만들어보고 싶었다. 한 사람만의 카리스마로 만들어지는 팀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나는 마포에 훌륭한 당원들과 제대로 된 화음을 내봤으면 좋겠다 생각했다. 어떤 선거를 하고 싶은지 함께하는 사람들과 충분히 얘기하려고 노력했다. 즐거운 선거의 경험을 스스로도 해보고 싶었고 당에도 주고 싶었다."
- 2022년 대통령 선거에서 2030 여성의 이재명 지지율이 높았다. 마음이 복잡했을 것 같은데.
"여성유권자는 똑똑하기 때문에 원내 진입하지 못하고 있는 소수 정당에 얼마나 힘을 쏟아줄까 고민하게 됐다. 여성 유권자들이 이재명을 지지한 것도, 수년 동안 경험해보고 안 되니까. 내가 녹색당도 찍어보고 정의당도 찍어보고 다 안 돼, 이번에 되는 데 뽑아서 세력화하겠다는 의지 아니었겠나.
소수정당에 있는 정치인으로서 우리가 찐 페미예요, 우리가 페미니즘 정당이니 표를 주세요, 하는 것은 제일 게으른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성 정치는 무엇이고 페미니스트 정치인은 무엇이어야 하는지 이런 개념들을 다시 새롭게 말해봐야 하는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 지난 8월 녹색당 10년 평가 토론회가 있었다. 과거 녹색당 리더십에 대한 평가가 궁금하다.
"그동안 하승수 리더십에 대한 비판은 하기 어려운 조건에 있었다. 지지받는 정치인이었고 당을 만든 사람이었고, 그 부분은 부인할 수 없다고 본다. 녹색당이라는 정당을 성장시키고 사회에 알리며 의미 있는 일들을 만들었던 중요한 리더십이었다. 근데 그걸 다 하승수가 했다고 할 수는 없다, 이유진, 김은희 등 수많은 이름이 있다. 한 사람으로 대표되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컸다. 당 안에서 정치적인 세대교체가 일어나면서 사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공감대가 올라온 것 같다. 우리가 적어도 이 사람이 다 잘못했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느 순간 잘못한 것이 있어라고는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번 1차 토론회에서 나왔다고 본다.
신지예의 경우, 너무 많은 것이 얽혀있다. 먼저 논란이 된 건 갑질 논란이었고, 이후에는 성폭력 사건이 터졌다. 신지예가 운영을 제대로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부분으로 태클을 걸었다. 이후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을 때 우리는 피해자 요청을 이행하려고 굉장히 노력했다. 그럼에도 초기 대응 못했던 건 인정해야 한다고 본다. 정치적으로 그 사람이 비판받고 당 내에서 훌륭하지 못했던 리더십이라고 평가 받았을지언정, 성폭력 사건과는 별개로 봤어야 했는데 미숙했다.
우리 당이 리더십이든 갈등을 다루는 방식이든 교육하는 것이 별로 없다고도 느껴진다. 개인적으로 사건이 일어났을 때 초기 대응을 문제가 발생한 그 지역위원장이 했었어야 했다고 생각하지만, 지역위원장은 그걸 대응할 수 있는 어떤 역량도 갖추지 못했던 것같다. 당이 책무를 안 했다고 본다."
- 이준석으로 대표되는 국민의힘 청년 정치가 있고, 민주당에 박지현식의 청년 정치가 있다. 페미니스트 청년 정치인으로서 이들에 대한 평가가 어떤지 궁금하다.
"이준석, 저렇게 한 길 파는 사람이구나 생각하는 시간도 잠깐 있었다. 그런데 지역정당에 와서 정치를 하고 선거를 해보면서 '아, 저렇게 낙선을 해도 정치영역에 남아있을 수 있는 자원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한편으로는 이준석이 세대교체를 이뤄낸 정치인으로서 이미지를 가져갈 때 개인적인 좌절감도 있었다. 녹색당은 당 대표가 늘 어렸음에도 한 번도 주목받지 못했으니까. 보수정당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사회적 파급력이 크구나, 사람들이 보수정당에 대한 기대감, 제대로 된 보수정치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구나 싶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염원을 망가뜨린 게 윤석열, 이준석이기 때문에 그들의 잘못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박지현의 경우엔 개인적으로 이번에 당대표 나갈 때 밀어붙임이 있었고, 그것이 정당 활동하는 사람으로서 동의가 안 된 것도 있었다. 그런데 민주당에게 화가 났던 건 과연 박지현이 다른 당직선거를 나간다고 했으면 저랬을까? 싶은 거다. 안 그랬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 결국, 당대표 나간 여성청년이 싫은 거 아닌가. 그동안 박지현이 냈던 메시지, 이준석식 공정이나 평등이 아니라 더 민주적이고 실질적인 평등에 대해 이야기한 것은 다른 행보였다고 보지만, 민주당은 변화의 가능성이 없구나를 느꼈다."
- 2024년에 총선이 있다. 녹색당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
"총선도 총선인데 다음번 당직 선거가 중요하겠다. 당무위원 당직선거는 후보 인원이 충족되지 않아서 취소되었다. 저는 큰일이라고 보기에 당내 정치 부분에 대해 좀 더 고민이다. 당내 정치가 왜 활성화되지 않는지를 나누고 싶다. 다음 번 총선하기 전에 이 고민들을 마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2020 여성출마프로젝트 때 당내 정치가 활성화됐던 것처럼 그런 이벤트가 필요한 것인지, 어떤 식의 당내 합의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가능할 때 총선도 비전이 보일 것이다. 녹색당이란 정당이 한국에서 여전히 쓸모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계속하고 있다."
- 소진되진 않는가.
"녹색당에서 해볼 수 있는 당직은 거의 다 해봤다. 이걸 다 하면서 나도 내가 가끔 이상하다(웃음). 그런데 나는 생각보다 잘 안 질린다. 이번 지방선거 끝나고는 크게 소진이 있었기는 하다. 어떤 변화를 어디서부터 만들어낼 수 있고, 만들어낸 변화를 어떻게 유지시킬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든다.
조직이 체계를 갖추고 움직일 때 시너지가 나오는데 그걸 만드는 구조, 자원, 사람이 부족하다. 또 나는 굉장히 대중적인 사람이 되고 싶어하고 당이 좀 더 권력을 취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축에 속하지만 원외정당인 녹색당에선 그렇지 않은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다. 이건 앞으로의 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