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니스트 도의원 신현정"을 내걸고 2022년 지방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가졌다.
신현정
- 대학에 입학한 2017년에 제주녹색당에 가입했다. 어떻게 입당하게 됐나.
"제주의 난개발을 보며 자랐다. 개발이 좋은 것처럼 우리를 유혹하지만 그게 과연 좋은 걸까 하는 의문을 갖고 있었다. 이후에 난개발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녹색당까지 닿았다. 오라관광단지가 시민사회의 큰 현안이었는데 녹색당원들이 매주 정당연설회 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뜻을 같이 하고 싶어 가입했다."
- 당 가입 이전 고등학생 시기에 페미니즘 관련 활동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활동이었나.
"페미니즘 리부트 시기에 여성단체 활동들을 인터넷으로 찾아보고 페미니즘 도서를 도서관에서 찾아 읽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는데, 선생님들이 하는 여성혐오 발언을 견딜 수 없었다.
친구들끼리 뒤에서 욕할 것이 아니라 뭐가 해봐야겠다 생각했다. 친구들과 캠페인을 해보자 했고 제보함을 설치했다. 선생님들의 차별적 발언들을 보여주자는 의미였다. 다음날 바로 제보함이 철거되고 교무실 가서 훈계도 듣고 그랬다. 그러다 <중앙일보> 청소년매체에서 기자님이 기고를 한번 해볼 생각 없느냐해서 과정 전체를 기고했었다."
- 2018년에는 제주녹색당 선거운동을, 2022년에는 제주도의원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했다. 어떻게 정치를 시작하게 되었나.
"2018년 '페미니스트 서울시장' 신지예 후보를 당당하게 낸 정당에서 내가 활동을 한다는 자부심으로 열심히 활동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로 제주에서는 고은영이 도지사 후보로 결정되면서 여자가 도지사 선거에 나오는 것을 저도 처음 본 거다. 그래서 선거운동도 기쁜 마음으로 참여했다.
제주녹색당에서 2018년 도지사 후보를 내고 득표율도 높았는데 2022년에도 가져가야하지 않겠냐 논의가 시작되면서 제가 후보군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처음엔 출마까지 할 생각은 없었는데 좋은 경험이 될 거 같았다. 저 역시도 여자가 출마하는 그림을 꿈꿨던 것 같다. '여자가 도의원, 도지사 후보로 나간다. 청년이 대표성을 가진다.' 내가 아니어도 되지만 내가 만들 수 있다면 기꺼이 하겠다는 마음으로 출마를 했다."
- 후보로 출마했을 때 주변의 반응은 어땠나.
"주변에서는 놀라기는 했다. 제주에서는 남고를 나오고 대학에서 학생회장을 해야지 정치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저는 총학생회장은 커녕 단과대 학생회장도 안해봤다. 그런데 도의원을 나간다고 하니 '이런 사람도 나갈 수 있구나'라는 반응이 있었다. 여고 친구들이 연락이 와서 고등학교 때 활동했던 것도 기억하고 응원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너무 기뻤다. 전형적인 권력과 먼 사람이 출마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친구들이 통쾌함을 느낀 것 같다."
- '페미니스트 도의원'으로 출마한 것으로 안다. 정치인으로서 유권자에게 어떤 방법으로 이야기를 건네고 설득하였나.
"지방선거 출마 기자회견 때 '페미니스트 도의원 신현정' 이름을 내걸었다. 하지만 '페미니스트'를 설명을 하는 순간부터 유권자들이 저의 이야기를 안 듣기 시작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이후엔 생태, 관광 이슈를 보여주는 데 더 집중하게 되었다. '관광객 줄이는 도의원'도 해보고 '청년 도의원'도 해보고. 이것들을 페미니스트 정체성과 연결하고 유권자에게 설명하고 싶었으나 어려웠다.
뜨거웠던 어떤 글처럼 지방총각은 결혼을 꿈꾸는지는 모르겠지만 지방 여성청년은 살아남기 위해 서울로 이주한다. 제주의 산업구조에서 여성이 할 만한 일자리가 부족하다. 여자는 공무원 아니면 교사를 하라고 한다. 여성이 많이 진출하는 직종, 예를 들어 문화콘텐츠 일자리도 지방엔 없다. 거의 관광서비스직으로 가는 거다.
관광객을 줄여야 한다는 공약을 내놓았는데 관광객을 줄인다는 것은 현재 관광서비스직에 종사하는 여성들에게는 두려울 수 있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를 페미니스트 타이틀로 하는 것이 오해를 불러 일으키지 않을까 고민이 됐다. 관광 현장 이야기를 듣고자 관광서비스 노동자들과 간담회를 했는데, 노조와 간담회를 하면 남성 간부들을 만날 수 있더라. 현장에 있지만 대표되지 못하는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많이 수집해야겠다는 생각을 요즘 하고 있다. 서울로 갈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이야기도 제가 제주도에서 활동하면서 들어야겠다고 생각한다."
"페미니스트 정치는 뭔지, 성소수자 정치는 뭔지 묻는 과정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