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7~8년 전쯤 찍힌 뒷모습 사진. 뒤에까지 이렇게 흰머리가 많은 줄 몰랐었다
김정아
언젠가는 미용실 갔더니, 90세 할머니도 결혼식에 가기 위해서 염색하러 왔더라. 날이 추워서 감기 걸리면 큰일 난다면서도 주름이 가득한 얼굴에 너무나 생뚱맞은 검은 머리로 염색 중이셨다. 어떻게 남의 결혼식에 염색도 안 하고 가냐는 말씀이었다.
놀라운 것은, 한국인들에게는 그리도 초라해 보이는 이 흰머리가, 이곳 캐나다인들에게는 예쁜 머리카락으로 흔히 인식된다는 것이다. 마치 단풍잎처럼, 마치 은행잎처럼 말이다. 친하게 지내는 퀼트 친구들은 나를 보면 늘 당부한다.
"절대 염색하지 마! 머리 색 너무 예뻐!"
아름다움의 기준은 무엇이든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것들을 그대로 아름답다고 봐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단풍잎을 보면서 문득 들었다. 가을이 되면 물든 나뭇잎을 기대하듯이, 사람의 모습도 그렇게 기대해주면 좋을 것 같다.
우리는 물든 나뭇잎을 서글프다 보지 않고 즐거이 바라보고, 연신 셔터를 눌러댄다. 어느 누구도, 물든 잎이 보기 싫으니 녹색으로 칠하면 좋겠다고 하지 않듯이, 우리도 억지로 보톡스를 넣어 얼굴을 팽팽하게 만들거나, 머리를 새까맣게 물들이지 않는 여유를 가지면 즐거울 것 같다.
사람의 삶에도 계절이 있다면, 가을을 마음껏 즐기고 싶다. 눈 가에 패인 주름도, 하얗게 센 머리도 그 나이에 맞는 아름다움으로 즐기면 삶이 더 다채롭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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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거주하며, 많이 사랑하고, 때론 많이 무모한 황혼 청춘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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