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마한 기본소득당의 페미니스트 여성 후보들이 모여 <베이지페미 출정식: 혐오의 시대 출정하는 여자들>을 개최했다.
노서영
"최악의 상황... 이걸 백래시 정점으로 만들면 되지 않을까?"
- 학내 총여학생회 폐지라는 백래시 흐름이 지금의 정치 모습과 닮아있단 생각이 든다
"'역사적 소명을 다했다'와 같은 여가부 폐지 주장에 차용하는 논리들은 학내에서 들었던 말과 똑같았다. 여론에 기대어 제대로 된 근거 없이 해치우려 하고. 사실 총여학생회 폐지를 돌아보고 정리할 때 중요했던 지점은 '많은 사람들이 찬성해서 없어졌다'가 아니다. '선출직 대표들이 에브리타임에 흩어져있던 여론들을 정치적 목소리로 모아내는 데 앞장섰고 안건화했고 공식화해 총투표로 폐지를 가능하게 만들었다'이다. 어떤 경로이든간에 투표를 거치면 정상적인 것으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투표라는 형식이 보장하는 민주성은 있지만, 그 내용과 결과의 민주성은 저절로 따라오지 않는 것인데도 말이다. 총투표밖에 총여를 무력화할 방안이 없었고 그걸 대표자들이 찾아내며 정치적으로 행동한 거다. 학생 대표자들이 에브리타임보고 만들었듯이 이준석은 남초 커뮤니티를 보고 공약화하는 구나, 이제는 백래시가 학내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국가적인 형태로 이뤄지겠구나 걱정되고 그 폐단이 두려웠다.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의 지지율이 떨어질 때마다 여가부 폐지를 카드로 꺼내 쓰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정을 보며 지금 최악의 상황이지만 한편으로는 이걸 백래시의 정점으로 만들면 되지 않을까? 오히려 이렇게까지 권력을 많이 가진 집단이 이렇게 부당한 이야기를 할 때 여기에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더 많아질 수 있지 않을까? 그 사람들을 잘 모아내면 반격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가 이걸 정점으로 만들 수 있다면, 페미니즘 편에 서는 것이 더 정의롭고 공익적이고 옳은 일이라는 걸 잘 알려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모순적이게도 이렇게 희망적인 이야기를 동료들과 나누기도 했다."
- 2022년 대통령선거에서는 유세팀장을 맡았고, 지방선거에서는 광역의회 비례대표 후보로 나섰다. 각각의 경험이 어땠나.
"경찰, 언론, 혹은 상대 선본에서 이렇게 어린 여성 유세팀장을 상상해본 적이 없는 거다. 저한테 선거운동 이 자리에서 몇 시까지 할지 협의를 해야 한다고 유세팀장을 연결해달라고 하더라. 저랑 이야기하면 된다고 했는데 후보한테 간다. '믿음직스러워 보이는' 남성을 찾아서 가는걸 보고 '저랑 이야기하시면 됩니다'라고 말하면서 그 때 강해진 것 같다. 말투도 바뀌고 눈빛도 전투적으로 바뀌었다. 말이 협의지만 소수정당이라고 무시하는 게 크다. 언성을 높여야 말을 들어준다. 기본소득당은 작은 당이지만 여성 청년이 대다수다. 보는 시민들도 신기해하고, 상대 캠프원들도 믿지 못하고, 경찰도 언론도 적응을 못한다. 정치에 여성 청년이 진짜 없었구나. 그렇다면 우리가 할 수 있다는걸 보여줘야지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지방선거 때는 울산광역시의회 비례후보로 나갔는데 법적으로 비례후보가 할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다. 저희는 비례 후보들이 지자체장 후보가 있는 곳에 결합해서 뛰었기 때문에 플레이어로서의 정체성보다는 하나의 선거운동본부라는 정체성이 더 컸던 것 같다."
- 2024년 총선을 앞둔 기본소득당의 전략은 무엇인가. 어떤 것을 준비하고 있는지.
"창당할 당시에는 기본소득의 가치에 대해 많이 합의한 채로 창당했었는데 선거 네 번을 거치면서 캐치 프레이즈, 눈길을 사로잡는 슬로건에 집중하다보니 65만원이라는 특정한 금액으로 압축해서 이야기를 전달한 측면이 있다. 그게 효과가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합의했고 같이 토론했던 기본소득의 내용들은 충분히 알려내지 못했다. 기본소득이 있으면 65만원이란 액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것이 왜 사회를 뒤바꾸는 열쇠고 개개인의 삶은 어떻게 변하고, 이런 뒷전으로 미뤘던 이야기들을 다시 꺼내보자는 것이 현재 당선된 3기 대표단의 계획 중 하나다. 저는 조직실장으로서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우리가 원하는 사회의 모습을 다시 그리고 기본소득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다시 꿈꾸는 자리를 만들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