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외국인 희생자인 고려인 고 김옥사나씨의 사진
이희훈
10월 30일 새벽,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영상 속에는 앰뷸런스 6대가 줄지어 있었다. 호루라기 소리 사이로 실종자를 찾는 사람들의 애타는 모습도 드문드문 보였다. 영상은 이태원 참사 고려인 희생자 고 김옥사나(25)씨의 사촌언니 김오리아나(29)씨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옥사나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촬영한 것이었다.
당시 오리아나씨는 병원 입구에 서서 사촌동생의 소식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실종 소식을 접한 10월 29일 오후 11시 45분께부터 다음날 동틀 무렵까지, 내내 눈앞이 캄캄했다.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하나', 답답한 상황 속에서 어떤 정보도 얻을 수 없었다. 한국어가 서툰 그는 이튿날 새벽 5시쯤 현장에서 만난 한 기자로부터 '실종자 접수부터 하라'는 조언을 듣고, 한남동 주민센터를 찾아 실종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날 정오쯤 경찰에서 옥사나씨가 사망했다는 전화가 왔다. 옥사나씨는 참사 현장으로부터 20여km떨어진 서울 강동구의 한 병원에 누워있었다. 병원에서 발급한 사망진단서에는 사망 일시가 '2022년 10월 30일 00시 00분'으로만 기재돼 있었다. 사망한 장소는 '도로'였고 직접 사인은 비의도적 사고에 의한 질식이었다. 핼로윈을 맞아 이태원에 함께 갔다가 사고를 목격한 옥사나씨의 친구에 따르면, 군중 속에서 넘어진 고인은 구출된 뒤 도로 위에서 심폐소생술을 40분가량 받다가 1시간여 뒤 병원으로 이송됐다.
오리아나씨는 영안실에서 사촌동생의 마지막 얼굴을 확인한 순간 끝내 오열했다. 이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두 눈으로 직접 본 동생의 죽음을 알릴 수밖에 없었다.
"안전한 나라라고 믿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