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을 부탁해(아시아, 2022) 출간박지음 소설가가 기획한 8인의 소설집이다. 테마는 소방관과 유가족에 관한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고요한, 김강, 권제훈, 도재경, 박지음, 이준희, 유희란, 장성욱 소설가가 참여했다.
박은희
나는 소설을 쓰는 작가이다. 이 책은 일 년 전 가을에 기획된 소방관과 유가족을 위한 테마 소설집이다. 내가 이 책을 기획하게 된 계기는 내 친구를 찾아온 소방관 유가족 아내에게서 시작되었다.
내 친구는 낡은 소방복과 소방호스를 재활용해 가방과 지갑을 만드는 사회적 기업에서 일하고 있었다. 소방관 유가족 아내는 남편의 낡은 소방복을 가져와서 가방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 아들이 너무 어려서 자라면서 아버지를 잊어버릴 것 같으니 아버지의 소방복으로 가방을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다.
나는 이 사연을 전해 듣고, 그 가방에 소방관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 넣어 주고 싶었다. 가방이 낡아 사라져도 이야기는 사라지지 않는 법이니까.
이야기에 힘이 있다는 걸 믿는다
먼저 도서출판 아시아에 이 기획에 관해 이야기했고, 나를 포함한 여덟 명의 작가를 모았다. 참여 작가는 고요한, 권제훈, 김강, 도재경, 박지음, 유희란, 이준희, 장성욱 작가이다.
참여 작가 8인은 소방관 유가족에게 출간 계약금 전액을 기부하기로 결정하고 출판사에 말해 계약서를 수정하였다. 테마 소설집 <소방관을 부탁해> 속 여덟 편의 소설은 각 소설가가 소방관과 유가족을 인터뷰하고 이야기를 재구성해 만들어졌다.
가장 위험한 순간 누구보다 먼저 도착해 분투하는 소방관들에게 보내는 존경의 메시지이자,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갑작스레 닥친 비극을 극복하고 애도하려는 기록이기도 하다. 나는 한 사람의 노고와 땀과 삶의 의미가 담겨 있는 물건처럼 이야기에도 그런 힘이 있을 거라고 믿는다.
자료조사와 인터뷰 등을 통해 재구성된 소설들에는 우리 이웃들의 일상이 훼손되지 않게 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소방관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리고 소방관들의 일상 또한 오랫동안 계속 무사히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담겨 있다. 늘 위험이 도사리는 일에 내몰리는 직업인 만큼 그들의 이야기는 마냥 밝지만은 않다.
그러나 소설을 끝까지 읽고 나면 좀더 단단해지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기쁨과 슬픔이 녹아 있는 이 이야기들이 많은 이들에게도 가닿길 바란다"는 박용주 나주소방서장의 추천의 말을 곱씹다 보면 슬픔을 온전히 통과하는 일 역시 비극을 극복하는 한 방식임을 깨닫게 된다.
어디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