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후 후퇴친선 경기를 뛰다가 종아리 통증을 느껴 경기를 포기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단순한 근육통인 줄 알고 스트레칭하는 중.
이지은
나는 왜 나를 과신할까. 어째서 자꾸만 스스로를 혹사시킬까. 무쇠로 만든 몸도 아니면서. 처음에는 '팀에서 제일 나이도 많고 뒤늦게 합류한 데다가 축구 초보자인 내가 친구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열심히 연습해 따라가야 한다'는 생각에 무리했고, 나중에는 그냥 축구가 재미있어서 계속했다.
한번은 왼쪽 종아리가 퉁퉁 붓더니 통증이 심해져 걷지도 못할 지경이 되어버렸다. 병원에서는 혈관이 터졌다고, 혈관 밖으로 새어 나온 피가 피부 아래에 고여 종아리에 통증을 유발한 것이라고 했다. 부상 때문에 어기적거리던 내게 친구 먼지는 폭풍 잔소리를 해댔다.
"도대체 아픈데 축구를 왜 해요? 알 만한 사람이 왜 그러는 거예요! 안 되겠어, 당장 약속해요. 다 낫기 전에 축구하면 밥도 사고 술도 사고 노래방까지 쏘겠다고 공약 걸어요, 얼른!"
걱정해주는 그 마음이 고마웠지만, 그의 채근 앞에 입을 꾹 다물고 버텼다. 약속한다고 해서 지킬 자신도 없고, 축구했으면서 안 했다고 거짓말할 배짱도 없었기 때문이다.
한 회사 동료는 월요일마다 내 몸 상태를 살핀다. 괜찮아 보이는 날에는 "안 다치고 출근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사를 건네고, 어딘가 불편해 보이면 "진짜 축구 못 하시게 어딘가에 묶어놔야겠네요"라며 안타까워한다. 축구 친구들에게 폐 끼치지 않으려다가 일상 친구들의 걱정을 사고 회사 동료들에게 걱정을 끼치는 상황인 것이다. 미안해요, 여러분. 나도 내가 주체가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