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남소연
"이태원 압사 사고 유가족들이 모인 유가족협의회가 10일을 기해 출범한다고 합니다. (...) 한편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도 출범을 알렸습니다. 참여연대와 민노총 등이 여기에 참여했습니다. (...) 그러나 지금처럼 시민단체가 조직적으로 결합해서 정부를 압박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합니다. 세월호처럼 정쟁으로 소비되다가, 시민단체의 횡령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발언이다. 권 의원은 여기서 "우리는 재난 앞에서 성숙해야 한다"면서 "이태원이 세월호와 같은 길을 가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세월호와 같은 길'은 대체 뭘까. 권 의원은 특정 시민단체의 '횡령'을 주장했다. 그는 "일부 시민단체는 세월호 추모사업을 한다며 세금을 받아가서 놀러 다니고 종북 교육에 사용했다. 이러한 횡령이 반복되지 않도록 범정부 차원의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는 즉각 비판을 불러일으켰다(관련 기사:
유가족협의회 출범에 권성동 "횡령수단 될 수도"... 야당 "극우 유튜버냐" http://omn.kr/21ya8 ).
"또 다시 이런 꼴, 참담하다"는 세월호 유족... 국민의힘이 두려워하는 것
권성동 의원의 발언이 알려진 뒤 몇몇 세월호 유가족들은 '또다시 이런 꼴을 당해야 하니 참담하다'는 취지로 내게 연락을 해왔다. 권 의원의 발언은 사실을 교묘하게 비틀고 있을 뿐 아니라, 과거 자녀를 잃은 세월호 참사 유족들에게 또 모욕을 줬다는 점에서 매우 악의적이다.
나아가 그의 말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바라고 협의체를 직접 만든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에게 더는 행동하지 말라는 말로까지 읽힌다. '참담하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지난 2016년 박근혜 탄핵 촛불의 출발점이 바로 세월호 참사였다는 것을 국민의힘은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국민의힘은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세월호의 길'을 가지 않기를 바랐을 것이다. 당시 국정농단이 불거지면서 범국민적 촛불시위가 전개됐고,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바라는 서명에 국민 1000만 명이 넘게 서명했다. 한국 대다수 시민사회단체, 노동계가 여기에 함께 했다.
권성동 의원이 하고 싶은 말은 따로 있어 보인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시민단체의 정부 압박 방식은 지양해야" "시민단체는 유족 옆에서 정부를 압박하기 전에"라는 등 '정부 압박'이란 단어를 사용했다. 그가 정말 우려했던 건 '시민단체 횡령'이라기보다 이태원 참사가 윤 정부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질까 하는 것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