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 영묘
김찬호
우리는 호치민을 베트남 공산당의 지도자로 기억하지만, 사실 저는 호치민에게서 공산주의자의 모습보다는 민족주의자의 모습을 보는 편입니다. 실제로 호치민의 베트남 공산당은 스탈린으로부터 민족주의적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죠.
호치민 본인 역시 파시즘에 반대하는 우파 세력과는 연대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적극적으로 피력한 바 있습니다. 결국 나중에는 미국과 전쟁을 하게 되는 호치민이지만, 2차대전기 나치와 일본에 저항하던 호치민의 지하조직은 암암리에 미국의 지원을 받아 성장한 조직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본다면 호치민의 목표는 베트남의 해방과 독립이었고, 공산주의는 현실적인 대안의 하나였을 뿐인지도 모릅니다. 피억압민족의 해방을 지원하던 레닌의 국제주의 노선과 호치민의 노선이 맞아떨어졌던 것이지요.
물론 여전히 베트남은 베트남 공산당에 의해 지배되는 공산주의 국가입니다. 민주적인 직접 선거가 치러지지 않는 국가입니다. 의회에 야당은 존재하지 않고, 극소수의 무소속 의원이 있을 뿐입니다. 그마저도 다른 공산주의 국가와 마찬가지로 상시로 소집되지 않죠. 헌법에 프롤레탈리아의 일당독재가 분명히 새겨져 있는 국가입니다.
하지만 다른 공산주의 국가와는 차별화된 면도 분명 존재합니다. 당권과 행정권의 분리가 어느 정도 이루어져, 당 정치국의 내각의 행정업무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습니다. 공산당 전국위원회에서 중앙위원회를 선출하고, 이 중앙위원회에서 투표를 통해 정치국 위원을 선출합니다.
그 서열 역시 득표수에 따라 결정됩니다. 장관이라 하더라도 투표를 통하지 않으면 정치국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이 정치국에서 정부 운영의 방침을 결정하면, 실무는 내각이 담당합니다.
결국 하나의 이념을 가진 하나의 당이 정부를 지배하지만, 그 당은 정책의 방향성을 결정할 뿐 실무에 개입할 수는 없습니다. 뚜렷한 한 명의 최고 지도자도 없습니다. 국가 주석과 국무총리, 공산당 총비서, 국회의장의 네 명이 사실상의 집단지도체제를 구성합니다.
물론 이것을 자유로운 민주주의 체제에 비할 것은 아니지만, 현존하는 공산주의 국가 가운데에는 그나마 가장 민주적인 체제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혹자는 이것이 레닌의 정치체제 구상과 연관되어 있다고 보기도 하고, 곧 호치민이 남긴 유산이라고 해석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