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백세>
흔들의자
작년 가을, 출판사 대표님으로부터 카톡 하나를 받았습니다. 제 두 번째 책을 함께한 인연이었어요. 출간 도서 저자 중 40~50대들이 모여 에세이를 내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습니다.
책의 주제는 '어떻게 백 세 시대를 살아낼 것인가'였습니다. 100살까지 산다는 것은 무슨 의미가 있을지, 나는 백 세 시대를 잘살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한 것이었죠.
그렇게 모인 8명의 직업은 다양했습니다. 아나운서, DJ, 피아니스트, 한의사, 초등학교 교사, 직장인, 정년 퇴임을 한 교장 선생님까지. 주제는 개인의 자유로 하되 특정 분야에 쏠리지 않도록 조절했고, 각자 써야 할 원고의 분량을 정하고 일정을 공유했습니다.
인생의 절반 정도를 살아낸, 그리고 앞으로 살아 나갈 중장년층이 생각하는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낼 것인가'에 대한 방향성을 담는 것을 목표로 잡았습니다. 물론 누구도 백 세까지 살 수 있는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내일이 없는 것처럼 살기에 중년은 불안한 시기겠죠.
결국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내 인생의 마지막까지 어떻게 사느냐의 문제가 중요할 텐데요.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다고 하지만, 잘 살기 위해 오히려 잘못 사는 건 아닌지 스스로도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책의 앞표지에는 '유비무환 백세무난(有備無患 百歲無難)'이라는 문구가 있는데, '미리 준비하면 걱정할 일이 없듯 백세 시대 특별한 어려움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유비무환은 <서경>의 '열명편'에 나오는 말입니다. 서경은 유학의 오경(五經-시경, 서경, 주역, 예기, 춘추) 중 하나로, 고대 중국의 정치를 기록한 유교 경전이죠. 백 세는 말 그대로 100세의 나이를 뜻하기도 하고, 긴 세월이라는 의미도 있습니다. 무난은 '별로 어려움이 없다'라는 뜻이고요.
유비무환은 원래 정치에서 나온 용어지만, 개인의 인생으로 볼 때도 마찬가지로 적용됩니다. 이런 면에서 '수신제가 치국평천하'와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싶습니다. '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하고 집안을 가지런하게 하며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안하게 한다'는 것은 개인의 수양을 강조하며 거기서 나아가 좋은 영향력을 다른 이에게, 가정에, 나라에, 온 세상에까지 미친다는 의미입니다.
이는 '작은 일부터 이루어 나가면 점차 큰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일 수도, '자신을 닦는 일이나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 마찬가지이다, 근본이 같다'는 뜻일 수도 있습니다. 백세시대를 살아가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사회적인 제도와 기반도 중요하겠죠.
조선시대만 하더라도 왕이 아닌 백성들의 평균수명은 35세에 머물렀습니다. 왕은 이보다 많았지만 46세 정도였죠. 그러나 지금은 기대수명이 80세가 훌쩍 넘었습니다. 노년기 또한 늘어나고 있습니다. 시간의 흐름을 피할 수 없듯이, 나이 드는 것 또한 어쩔 수 없습니다. 노인이 되어도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 우리는 계속해서 살아가야 합니다.
'일찍 죽어야 할 텐데...'를 입버릇처럼 말하는 노인이라도 실제로 죽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다고 농담처럼 우리는 말하죠. 살아있는 생명체, 특히 인간은 생존에 대한 본능과 함께 삶에 대한 애착을 가집니다. 살면서 죽음을 크게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젊은 날에는 노년의 삶에 대해 막연하게 생각할 뿐입니다. 두려워서 회피하고 싶을 때도 있죠.
물론 개인마다 다른 환경과 상황 속에서 노년기를 맞이합니다. 하지만 같은 시대를 사는 중장년 세대의 생각은 어떨지, 때로는 공감하고 때로는 타산지석을 삼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을 쓴 사람들도, 읽는 독자들도 앞으로 남은 인생, 부디 꽃길만 걸으시길 바랍니다.
유비백세 有備百歲 - 당신은 어떻게 100세 시대를 준비하고 있습니까?
유지수, 윤소정, 황순유, 송하영, 이호경, 김경태, 부정필, 황운연 (지은이),
흔들의자,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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