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가 완료된 시장 내부 통로
이현우
심지어 프로젝트의 비용은 더본코리아와 백 대표 사비로 진행된다. 수많은 오해와 곱지 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왜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걸까?
유튜브 영상에서 백 대표는 "돈 벌건데, 좋은 일 하면서 벌고, 폼나게 벌자는 거지"라고 말한다. 쉽게 말해 돈도 벌고 좋은 일도 하겠다는 것. 좋은 일이라는 것은 지역을 살리겠다는 사회공헌적 차원을 뜻한다.
백 대표는 2019년 황량하고 적막한 예산시장을 보면서 양가감정을 느꼈다고 한다. 이러다 지역이 없어지겠다는 불안함과 동시에 옛날 게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촉이 왔다고 한다. 위기이자 기회로 본 것이다. 그렇다면 왜 지역을 살리려고 한 걸까?
답은 어렵지 않다. 백 대표는 예산고등학교의 재단인 예덕학원 이사장이기도 한 예산 출신이다. 고향을 향한 애착 덕분 아닐까? 이와 완전히 닮았다고 할 수는 없으나 떠오르는 사례가 있다.
마이크로소프사의 공동 창업주인 빌게이츠와 폴 알렌은 뉴멕시코 주 앨버키키에서 창업했다. 그런데 그들은 둘 다 시애틀 출신이었는데 자랐던 곳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고 시애틀로 회사를 옮겼다.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가 시애틀을 변화시켰다. 시애틀은 '절망의 도시'로 표현될 정도로 암울한 도시였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사 이전 이후 가장 성공적이고 혁신적인 도시로 발돋움한다. 이 내용들은 책 <직업의 지리학>에 자세히 나온다.
업종이 다르다는 점과 백 대표가 이주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지역 활성화의 계기가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두 사례는 유사하다.
서울시립대 정석 교수는 연구실 세미나 도중 '노블레스 오블리주' 형태의 지역 살리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가진 자들이 베푸는 사회를 만드는 방향의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는데, 예산시장이 이를 대표하는 사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백 대표처럼 '폼나게 돈 벌고자 하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백 대표가 도시 연구자나 행정가는 아니지만, 예산 프로젝트를 보며 도시를 공부하는 필자는 깊은 영감을 얻었다. 막대한 자본과 많은 프로젝트로 도시 전체를 바꾸려는 시도보다 예산시장 프로젝트처럼 특정 공간을 중심으로 변화를 모색했다는 점에서 배울 점이 있었다. 또한 지역을 변화시키는 것은 어쩌면 막대한 자본이나 특정 기술이 아닌,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으로부터 시작될지도 모른다는 본질적인 깨달음을 얻기도 했다.
그럼에도 유일하게 아쉬웠던 점은 육류 위주 점포였다는 점이다. 백 대표 식품 산업의 주 종목이 육류여서 그런지 육류 위주의 매장 점포였다. 필자와 같이 육식을 하지 않는 이들이 즐길 만한 음식이 많지 않았는데 이런 부분은 점차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백종원 효과'가 전국에 연쇄적으로 퍼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