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떡이 담긴 접시
Pixabay, 상업적 무료사용
모든 사람들은 사회를 이루어서 살아간다. 작게는 가족에서부터 크게는 학교나, 직장에서. 이런 사회에서는 싫든 좋든 관계가 맺어지게 된다. 서로 간에 우호적인 관계도 있고, 적대적인 관계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이런 관계의 형태는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간혹 짝사랑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사랑과 마찬가지로 일방적인 관계에는 한계가 있다. 관계는 우리가 치는 손뼉과 비슷하다. 손과 손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듯이 관계에서도 나와 상대가 호감과 공감을 갖고 마주하면 다음 단계로 이어진다. 물론 나와 상대가 매 순간 맞서고, 경쟁하고, 시기하면 그 또한 마주하며 다음 단계로 이어진다. 다만 우호적인 관계가 아닌 서로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하는 관계로 스며든다.
이렇게 맺어진 관계가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상황에 맞춰서 잊히기도, 끊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잊히고, 끊어진 관계에 새롭게 인연들이 생기고, 관계로 이어진다. 많은 관계들은 스쳐 지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교 생활 내내 붙어 지내던 단짝도 학교가 바뀌면 새로운 관계가 그 자리를 차지한다. 그런 관계의 법칙은 직장에서도 이어진다. 사수와 부사수의 관계도, 함께 선임 험담하던 동기도, 자주 술 사주는 선배도 그 직장을 떠나면 관계의 매듭은 약해진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그렇게 잊어간다. 하지만 그런 옅어진 관계, 사라진 관계 속 사람들이 가끔씩 궁금해지는 경우가 생긴다. 간혹 어울리는 OB(Old memBer) 모임에서 스쳐가듯 누군가의 근황을 듣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일부러 묻는 경우도 있지만 묻지 않아도 관계되었던 사람들의 근황은 술자리 안주처럼 자주 곱씹힌다.
'A가 홈쇼핑 보안책임자로 이직했다며', 'B는 회사를 두 번이나 더 옮겼는데 연봉이 대박 높아졌대', 'C는 게임회사 갔다며? 일은 힘든데 연봉이 전 회사보다 두 배라더라', 'D는 입사한 지 얼마 안 돼서 팀장 퇴사하고 팀장으로 승진했다더라'...
떼어놓고 들어보면 다들 축하할 얘기지만 얘기하는 사람도, 듣는 자신도 즐겁지만은 않다. 얼마 전에 이직했다면 이직 조건을 따져볼 것이다. 아직 재직 중이라면 상대적으로 오른 연봉이 마냥 부럽다. 대기업이라서 부럽고, 일이 편해서 부럽고, 복지 혜택이 커서 또 부럽다.
나쁜 점은 알 수 없고, 좋은 조건만 들린다. 우호적인 관계의 동료나 동기일 경우에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하물며 적대적 관계의 동료, 선후배였던 사람이면 더욱 신경이 쓰인다. 당장의 나와 현실적인 상황을 놓고 보니 마냥 부러운 마음이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
가까운 사이라고 하더라도 가족이 아닌 이상 자신의 쓰린 속을 모두 보여주진 않는다. 현재의 바뀐 상황을 적당히 포장하고, 과거의 자신보다 조금 더 나아진 환경을 강조한다. 확인할 방법이 없는 가끔 만나는 관계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변화된 환경에서 과거보다 어려운 점, 나빠진 상황을 조금은 더 유하게 섞어내기 마련이다.
있는 그대로 얘기해 봤자 바뀌는 건 없다. 그런 점을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오랜만에 만난 사이에게는 자신의 변화된 좋은 점만 강조한다. '갑' 회사에 보안책임자라고 하더라도 그 이면에는 어려운 점이 있을 것이다. 당연히 연봉을 많이 받으면 좋겠지만 준 만큼 뽑아 쓸 거라는 생각이 미친다. 일이 힘들면 당연히 급여를 많이 줘야 하고, 일이 편하면 말 그대로 다른 건 아쉽고 일만 편할 수도 있다.
근황을 상대방에게 직접 들어도, 내가 알지 못하는 반전이 있다. 하물며 건너 들은 사람의 근황은 부풀린 얘기들이 많을 수 있다. 얘기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퍼즐 조각을 맞춘 얘길 수도 있다. 만일 그 근황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타인의 부러운 상황이 꼭 내게 맞는 옷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