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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탄 50명이 일제히 움직여... 강렬했던 경험

[자전거 원정대 현지 통신] 프랑스 파리, 네덜란드 위트레흐트

등록 2023.03.02 09:44수정 2023.03.02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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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한복판을 달리다. 원정대원들은 2월 24일 오후 바스티유 광장을 출발해 리볼리가를 통해 에펠탑까지 달렸다. 이 경로에서 파리시청, 루브르 박물관, 퐁뇌프 다리 등 명소를 돌아볼 수 있었다. ⓒ 김길중


한국을 출발하기 얼마 전 "이곳은 위트레흐트 레오나르도 호텔...."이라는 멘트로 시작한 가상의 오늘을 페이스북에 올린 적이 있다. 사전 준비과정에서 우리가 방문할 도시나 거리의 풍경을 담아 포스팅하다 보니 오해 아닌 오해를 사기도 했다. "언제 다녀오셨어요? 정말 그리 자전거의 천국이던가요?"라는 식이다.

원정대원들은 이곳에서의 풍경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다. 위트레흐트에 도착한 어제(현지시각 2월 26일) 저녁부터 기대감이 서서히 고조됐다.

파리에서 위트레흐트까지의 이동거리는 500km가 넘었다. 이날은 무척 흥미로운 하루였다. 아침은 파리에서 점심은 브뤼셀에서 그리고 저녁은 위트레흐트에서 먹게 된 것이다. 3개 나라에서 각 끼니를 해결한 셈이다. 

국외로의 이동이다 보니 국경을 바뀔 때마다 문자메시지가 여러 건 날아든다. 대사관에서의 여행 시의 주의사항에 관한 안내, 통신사로부터의 로밍에 관한 안내 메시지 등이다. 어디까지 프랑스고 어디부터 네덜란드인지 알 리 없는 낯선 방문자들에게 문자메시지가 국경을 알려주었다. 

대도시 파리에서 이런 변화가 정말 가능하다고?

파리에서의 공식적 일정은 'MDB'라 약칭되는 '더 나은 이동을 위한 자전거 협회'와의 만남이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파리의 변화에 궁금함이 많다보니, 질의와 문답시간에 서로 먼저 질문하려 하는 등 치열하게 경쟁해야 했다. 

파리에서의 변화는 이곳에 거주하거나 자주 찾는 사람들의 증언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우리 일행의 방문을 도와주고 있는 뮌스터란드 한인회장 서봉석씨는 "최근에 파리에 가보면 정말 놀라울 정도입니다"라며 "확실히 파리가 변했어요"라고 전했다. 원정대의 이동을 돕고 있는 비단길 여행사 박영운 대표도 "제가 파리를 많이 찾잖아요. 의식해보지 않았어도 느끼고 있었습니다"라며 "그런데 이번에 살펴보니 정말 많은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확인되네요"라고 놀라워 했다. 


이번 일정에는 특별한 일행이 동행했다. 지난 기사를 통해 원정대의 소식을 알게된 한 파리 청년과 출국하기 3일 전에 극적으로 연락이 되었다. 그는 오마이뉴스 쪽지와 블로그 댓글을 통해 연락을 해왔다. 

주인공은 소르본느대학 부설 연구소에서 카를로스 모레노 교수와 함께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는 한승훈씨다. 모레노 교수는 다름 아닌 15분 도시의 설계자로 부를만한 이 분야의 전문가이다. 마침 이곳에서 7년째 유학하며 연구자로 준비해 가는 한승훈 씨는  "본래 전공이 디자인 분야였지만, 좀 더 많은 배움을 위해 이곳 프랑스에 왔는데, 그 관심사가 '사람'쪽으로 바뀌게 된 것 같습니다"라며 "특히 '15분도시' 관점의 '일상의 자전거 이용'에 깊게 생각해보게 되었는데요. 도시디자이너로서 다양한 분야와 이해관계자들의 연관성을 찾아 '사람중심 교통'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죠"라고 밝혔다. 

승훈씨는 급하게 원정대의 일원이 되어 네덜란드부터 4박 5일의 일정에 동행하게 되었다. 마침 관심이 커지던 차에 우리와 함께 살펴보기로 한 것이다. 우리로서는 이야깃거리를 좀 더 풍부하게 담아줄 해설사 겸 현지 사정에 밝은 가이드이자 동행을 만난 셈이었다. 

원정대원들은 '대도시 파리가 하는데 우리가 왜 못해?'라는 소감을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최지현 광주시의원은 "파리에서의 변화에 관한 소식을 주의 깊게 들어왔지만 놀랍다는 말 이상으로 지금 심정을 담아내지 못하는 게 안타까울 정도입니다"라며 "정말 이런 변화가 어떻게 가능했는지 돌아가서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해 보고 광주에 적용할 깊은 고민의 시간을 가져가야 할 것 같습니다"라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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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자전거 대사관(DCE)을 방문하고 나서 위트레흐트에 위치하는 DCE는 네덜란드내 공공기관 및 민간단체, 연구기관등의 네트워크를 통해 국제적 교류와 협력에 관한 활동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 김길중

 
세트장처럼 여겨지는 믿기 어려운 풍경을 보며 나온 탄식

브뤼셀을 통해 넘어와 파리 인근을 주로 다녔다는 관광버스의 기사가 브뤼셀과 위트레흐트 도심 진입과정에서부터 헤맨다. 유럽 여러 도시들은 정책상 도심부로의 관광차량 진입을 엄격하게 통제한단다.

특히 위트레흐트의 경우 자전거 도로로 바뀐 터라, 대형차량의 시내 운행이 매우 어려웠다. 우여곡절을 겪고 호텔 앞에 이르렀지만 우리 숙소 앞의 자전거 도로를 수없이 오가는 자전거들 때문에 10여 분간 서 있어야 했다. 당황하고 난감했던 운전기사가 겨우 틈을 찾아 호텔 앞에 버스를 정차했다. 우리 같으면 차로 위에 내려 짐을 꺼내고 자전거 도로를 횡단하자고 했겠지만 이곳 사람들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했다. 바로 버스기사 등에게 적용되는 'EU공통규정'이 매우 엄격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날이 밝았다.

드디어 고대하던 순간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신호마다 적게는 20~30명 많게는 50여 명 이상의 사람들이 늘어섰다가 신호가 바뀌면 기차 같은 무리의 자전거가 일제히 움직인다. 장관이다. 혹여 이 근처를 들를 한국 사람들이 있다면 이 엄청난 장관을 꼭 보길 권한다. 위트레흐트에서의 일정은 두 개였다. 간밤과 아침에 가진 강렬한 인상 안의 궁금증을 풀어내느라 열심이다. 이틀 만에 우리도 진화되었나 보다. 짧은 질의응답의 시간 동안 다 해소할 수는 없는 법, 압축해서 질문하고 못다 푼 궁금증은 추후 다시 이메일 등을 통해 주고받기로 정리했다. 
  
먼저 시청의 교통 관련 부서에서 '자전거 정책 자문관'으로 일하는 허버트 티맨스가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그의 PT는 '과연 이 도시가 어떻게 이렇게 만들어졌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의 PT는 향후 비전에 관한 계획에 비중이 실려 있었지만, 우리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무리는 없을 듯했다. 질의와 응답을 마친 일행들은 모두 감탄과 부러움을 토해냈다. 

아직 다른 도시를 다 살펴보지 못했지만 '위트레흐트가 세계 최고의 자전거 도시일 것 같다'는 말이 일제히 나왔다. 일행인 최윤영(국회 이용빈 의원실 비서관)은 "트루먼쇼라는 영화가 연상됩니다"라며 "마치 이런 것이 가능한지 보여주기 위해 세트처럼 만들어진 실제 하지 않는 공간 같아요. 정말 이게 가능한지 믿고 눈으로 확인하라고 만든 세트장 같아요"라며 놀라워했다. 

위트레흐트에서의 밤도 벌써 두 번째, 그리고 두 번째 새벽이다(기사 작성을 이날 했지만 송고는 하루 늦게 작성되었음).

참가자들은 이제 천천히 돌아가서 해야할 일을 생각하기 시작한 모양이다. 무엇을 담아갈지, 어디서부터 시작할 건지, 실마리를 어디서부터 잡아야 할지. 
#자전거 원정대 #파리의 변화 #위트레흐트 #자전거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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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는 한의사, 자전거 도시가 만들어지기를 꿈꾸는 중년 남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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