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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우 1년 지났는데... 거침 없는 '윤석열 국정원'

국가정보원 대공수사권 유지 시도, '자유민주주의' 위협

등록 2023.03.09 18:19수정 2023.03.0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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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부터 경남, 제주, 전북, 서울 지역으로 이어지는 소위 ‘간첩단 사건’에 대한 수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본적 생존권을 보장 받고자 하는 시민들의 요구가 '간첩 활동'으로 둔갑됐고, 이를 빙자해 국가정보원은 진보적 단체와 활동가에 대한 공개적인 압수수색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회원들은 '연속기고 <또다시, 국가보안법의 그림자>'를 통해 최근의 공안탄압사건의 본질에 관해 들여다 보고자 합니다.[기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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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2월 24일 국가정보원 청사를 찾아 2023년도 업무계획을 보고받기 전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규현 국정원장,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윤 대통령. 방명록에는 "자유 수호를 위한 여러분의 헌신과 열정을 굳게 지지합니다"라고 적었다. ⓒ 대통령실 제공

  
1년 전 쯤인 지난해 3월 5일, 여의도 대하빌딩에선 100여 명이 참석해 '국가정보원(국정원) 전직 직원들의 윤석열 후보지지 선언' 대회가 열렸다.

과거 국정원 수사를 지휘한 윤석열 후보에 대한 이들의 지지는 일견 모순적인 것으로 보였지만, 보도에 따르면 국정원 전직 직원들은 '자유민주주에 대한 신념이 투철하고, 적폐청산 수사는 청와대 지시에 의한 것으로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나라의 장래를 위해 윤석열 후보를 적극 지지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을 밝혔다("'윤석열 검찰'에 구속됐던 전직 국가정보원 요원의 '윤석열 지지' 메시지", <뉴데일리> 2022. 3. 8. 기사).

이런 지원들에 힘입어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는 역사상 가장 근소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리고 윤석열 정권의 국정원은 1년이라는 기간 동안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들을 해내고(?) 있는 중이다.

직전 국정원장들(서훈, 박지원)에 대한 형사고발의 직접적인 주체로 나섰고, 윤 대통령의 오른팔이라고 평가받던 검찰 출신 기획조정실장이 국회 정보위원회 회의 직전 사임하는 일이 발생했으며, 전직 문재인 정부 인사 물갈이로 고위간부 100명을 대기발령했다. 이 또한 전직 대공수사국장의 국정원 제2차장(차관급 정무직공무원) 임명처럼, 과거 정부에서 주도권을 잡던 국정원 직원들의 현직 복귀 영향일지 모르겠다. 

멈추지 않는 윤석열 정권의 국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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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4일, 박지원 전 국정원장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관련해서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는 모습. ⓒ 권우성

 
더욱 심각한 것은 윤석열 정권의 국정원이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정원 이름이 새겨진 점퍼를 입은 직원들이 국내 최대 상급노조 중 하나인 민주노총에 대해 지난 1월 18일 압수·수색을 진행했고, 이 장면들이 언론에 도배가 됐다(관련 기사: 국정원부터 공정위까지 '노조 때리기'... "미행도 했다" https://omn.kr/22ekl ).

경남 창원·제주·서울 등지에서 이른바 '간첩단' 수사를 한다면서 국정원이 전면에 나서고 있고, 경찰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이 단장을 맡는 검·경과의 안보수사협의체가 국정원 본원이 있는 내곡동에 사무실을 마련해 활동을 개시했다.

국정원의 이러한 움직임은 현재 국정원법 개정으로 2024년 1월 1일부터 대공수사권이 경찰로 이관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전옥현 전직 국정원 1차장은 '국정원 대공수사권을 복원해야 할 이유'(<주간조선> 2748호, 2023. 3. 4.)라는 글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단행한 국정원 대공수사권 폐지는 안보 포기 행위나 마찬가지"였다고 언급했다. 또한 "어쩌다 '김정은 간첩'의 천국이 되었는지 자괴감이 앞선다" "민노총의 지도부를 종북 성향의 인물들이 장악하고 있다" "쌍방울 수사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이제부터는 국정원 대공수사팀과의 적극적인 공조가 필요한 이유가 차고 넘친다"라고 주장했다. 


'김만배가 검찰에 요청해 이재명 전 성남시장을 2013년 통합진보당 사건 수사대상에서 빼주었다'는 유동규의 발언을 그가 인용하면서까지 국정원이 수사권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뭘까. 이것은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함일까.

'자유'와 '민주'를 유린했던 것은


지금까지의 역사적인 사실들만 돌아봐도 수호를 위한 게 아니라는 사실을, 한국 사회의 자유민주주의는 오히려 중앙정보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으로 이어지는 정보기관의 과도한 수사로 인해 파괴돼 왔음을 우리는 안다. '자유민주주의'는 그 문구만 보아도 '자유'와 '민주'가 최고의 가치라는 것인데, 역사적으로는 오히려 정보기관의 권한남용으로 인해 시민의 자유와 공동체의 민주주의가 유린당하곤 하지 않았나.

이 결과를 야기한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정보기관에 수사권까지 함께 부여하는 등 권한이 집중돼 있었기 때문이다. 집중된 권한은 남용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이는 공동체를 구성하는 개인에 대한 기본권 침해로 이어지며, 헌법제정권력인 주권자의 지위를 약화시켜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하기에 이른다.

수사-기소-공소유지-형 집행 등 모든 형사절차의 권한이 검찰에 집중돼 있기에 이를 악용한 통치를 이른바 '검찰공화국' '검찰일당독재'라고 비판하는 것처럼, 국정원에 국내·국외·대북정보와 대공수사권까지 포괄하는 권한이 계속 부여된다면 정보기관의 자의적인 권한남용과 인권침해 위험은 2024년 이후에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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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이 지난 2월 23일 오전 민주노총 경남본부 내 금속노조 경남지부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이고 있다. ⓒ 윤성효

 
이른바 '권력기관'이라고 불리우는 조직은, 헌법과 법률에 근거한 일정한 '강제력'을 가지고 있다. 그중 가장 강력한 것이 '수사권'이다. 형식적으로는 합법성을 띄면서 인신에 대한 체포·구금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하기에 권한행사에 대한 견제와 통제, 모니터링 등이 투명하게 이뤄져야 할 필요성이 있고, 그래야만 인권침해행위를 예방하거나 즉시 시정할 수 있다. 책임에 대한 추궁도 신속하게 이뤄질 수 있다.

그런데 국정원은 '국가비밀정보조직'이라는 성격으로 인해 외부적인 통제와 모니터링·감시는 거의 불가능하다. 수사권 보유와 행사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 조직이다.

이러한 제도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중앙정보부 시절부터 60여 년 유지돼 왔던 정보기관의 수사권 부여 규정을 삭제하는 국정원법 전부개정법률안이 2021년 12월 15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것이다.

그것도 3년의 유예기관을 설정해 국정원에서 경찰로 이관할 수 있는 충분하고도 남을 시간을 부여했다. 하지만 국정원법에 따른 유예기간이 1년도 채 남지 않은 지금, 윤석열 정권과 현재의 국정원은 이를 모두 거꾸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댓글공작·정치개입·간첩조작·민간인사찰 등을 목도한 국민들의 국정원에 대한 개혁 의지는 정당과 정파를 뛰어넘고 있음에도 말이다.

'김정은 간첩단' 운운한다거나, '민주노총 지도부가 종북 성향'이라거나,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을 공안사건화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은 한국 사회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역행한다. 현재 국정원이 앞장서서 수사하는 사건에서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해를 가할 만큼의 실질적이고 명백·현존하는 위험성을 끼치는 행위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더구나 민주노총은 100만 명이 넘는 조합원들의 직접 선거에 의해 민주적으로 대표자를 선출해 지도부를 구성하는 합법적인 전국단위 노동조합 연맹체이며,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은 아직 엇갈리는 진술들만 제기되고 있을 뿐이다. 여기에 국정원이 끼어들 자리는 없고 끼어들어서도 안 된다.

'자유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기본적 인권의 보장과 민주주의 수호·유지·강화를 위해, 국정원 수사권 이관은 국정원법 개정 법률의 취지와 내용에 따라 흔들림 없이 시행돼야 한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 조지훈씨는 법무법인 다산 변호사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센터 정보권력기관개혁소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국가보안법 #공안탄압 #국정원 #국가정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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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은 ‘기본적 인권의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위한 연구조사, 변론, 여론형성 및 연대활동 등을 통하여 우리 사회의 민주적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1988년에 결성된 변호사들의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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