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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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지난 2월 12일은 제 생일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친구들이 생일 파티를 해주기 위해 모였어요. 그런데 문득, 파티란 게 무엇일까 생각해봅니다. 태어난 것을 축하하는 날.
생일을 아주 조용히 보내고 싶었던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의미가 있을까, 이 모든 것이. 세상을 먼저 떠난 이들의 삶을 내가 일부 공유받고, 나의 삶을 그들이 일부 가져가서 우리는 마치 지상에서 영원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 같은 마음이에요.
나, 태어난 것을 축하받아도 되나요? 그들에게 자꾸 말이 걸고 싶어지더라고요. 그래서 자꾸 하늘을 쳐다보게 돼요.
그들에 대한 미안함과, 그리움을 안고 살아가는 저로서는 저의 생일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모르겠는 마음이었습니다.
참사 이후 이 곳을 떠나간 이들의 생일은 어떻게 지나갔을까. 그들의 생일은 어떤 풍경이었을까. 남겨진 사람들에게 어떤 슬픔이 또 자리잡고 들어갔으려나.
생일 축하해, 라는 친구들의 연락에 고마워, 라고 말하기보다 잊지 않아줘서 고맙다는 마음으로 표현했습니다.
'내 생일 파티를 하자, 이태원에서'
선생님, 저는 요즘 어떤 날은 완전히 참사가 없었던 것처럼 깔끔히 잊고 지내다가 또 어떤 날은 선명하게 기억이 살아나는 그런 날들의 반복입니다.
평범을 되찾았고, 그 속에서 웃음과 행복도 찾았지요. 쇼핑을 가고, 편하게 침대에서 잠도 자고, 맛집을 찾아가고, 여행 계획도 세우고.
그러다가 오랜만에 생일 맞이 쇼핑을 하면서 '마음에 드는 신발을 찾았어. 신난다, 편하다' 하고 느꼈던 찰나, 이런 안락함이 순간적으로 죄의식으로 자리잡기도 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나의 생일 파티에 떠나간 그들을 초대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지금 내 곁에 있는 친구들에게 우리 이태원 가서 밥 먹지 않을래, 하고 제안했습니다. 착하고 마음이 고운 친구들은 흔쾌히 받아들였어요. 그렇게 저는 제가 간직한 특별한 기억과 마음을 존재하지 않는 이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친구들과 다같이 이태원을 찾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