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2030 기후중립 주민투표 홍보물3월 26일 시행된 베를린 기후중립 주민투표를 홍보하는 선전물
최미연
도넛, 쿠키, 샐러드 보울, 피자, 되너케밥(터키식 샌드위치) 등 음식 부스 앞에 이어진 줄들은 야외 행사에 대한 갈증이 얼마나 컸는가를 보여주었다. 그 중 그나마 줄이 짧아보이는 피자를 주문해 친구와 맥주에 곁들여 먹기로 했고, 비건이 아닌 그는 음식을 주문하며 치즈를 더 많이 추가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대부분 식물성 치즈는 코코넛이나 캐슈넛으로 만들어지는데 그 토핑은 기존의 치즈와 비슷한 꼬릿한 내가 제법 났는지 친구도 나도 매우 흡족해하며 먹었다.
논비건인 친구와 비건 음식을 시도할 때엔 단 한 번의 경험이라도 불만족스러우면 비건 음식 전반에 대한 인상으로 연결되는 경향이 있어 내가 만든 음식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긴장되는 편이다. 그렇지만 치즈가 마음에 들었던 건지 배가 고팠는지 혹은 모처럼 봄마실을 나온 기분 탓인지였는지 몰라도 우리는 이후 피자 한 판을 더 주문하고야 말았다.
피자는 아마 생분해 종이로 추정되는 판 위에 올려 나왔는데 맥주는 '유리잔'에 담겨 보증금을 함께 지불해야했다. 영국의 페스티벌과 차이점이라면 둘 다 종이 포장재를 많이 사용하지만 독일은 플라스틱컵 사용이 적다는 점이다. 역시 맥주의 나라답게 이것만큼은 꼭 '유리잔'에 담아 마셔야한다는 암묵적인 약속 같은 것이 있는 것 같달까.
'비건 페스티벌' 이런 건 한국이 더 낫다
마트에서 판매하는 맥주 유리병들도 '판드(Pfand)'라는 보증금제로 순환, 재생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독일이지만 서울에 비해 아쉬운게 있다면 '다회용기' 사용을 권장하는 문화의 부재다. 코로나 이래 위생관념으로 일회용품 사용이 급격히 늘어난 것도 있겠지만, 서울 불광동에서 대규모로 열리는 비건 페스티벌에 갈 때면 많은 이들이 텀블러 등을 들고 찾아왔던 것에 비해 아쉬운 대목이다.
비건 페스티벌 코리아는 본사 웹사이트에 '비건과 제로웨이스트 생활방식은 서로 연결되고 보완되어집니다'라며 챙겨 올 준비물로 '공복 상태, 개인 물병, 개인 수저, 다회용 가방 등'을 안내하고 있다.
코로나는 인간과 비인간의 서식지 경계가 침범되며 발생한 전염병이자 재난이라고 많은 이들이 예측한다. 더 늦기 전에 지속 가능한 방식의 소비 방법을 넓혀가지 않으면 안되는 시기다. 그것은 간헐적 채식, 텀블러 사용 일상화, 면 월경대 사용 등 다양하다.
오는 5월 서울의 비건페스티벌이 열리기 이전 4월 1일 혜화동 비건카페 달냥(혜화로 45, 2층)에서 비건 팝업 페스티벌이 열린다. 여기서도 개인 다회용기 지참 시 일부 할인이 적용된다. 봄나들이와 함께 먹거리 뿐 아니라 '이런 것도 비건이라고?'와 같은 새롭고, 지속적인 방법의 소비 선택권들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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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여름 한국을 떠나 런던을 거쳐 현재 베를린에 거주 중이다. 비건(비거니즘), 젠더 평등, 기후 위기 이 모든 것은 ‘불균형’에서 온다고 믿기에 그것에 조금씩 균열을 내 기울어진 운동장을 일으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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