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포천 벚꽃 터널.고속터미널역 5번 출구 초입의 벚나무 군락지.
이상헌
1926년에 김구, 이동녕 등과 함께 의열단의 고문으로서 나석주의 동양척식주식회사 폭파를 이끌어내지만 일본인 밀정에 의해 상하이에서 체포된다. 국내로 압송되어 14년 간의 감옥살이를 하게 되며 이때 일제의 모진 고문으로 하반신이 마비된 상태로 가족들에게 돌아올 수 있었다.
꺾이지 않았던 그의 의지는 아들 김찬기를 임시정부에 파견하는 등의 잠행을 이어가다가 또 다시 체포되어 수감생활 중 해방을 맞이한다. 광복 후 혼란한 시절, 이승만이 미군정과 친일세력을 등에 업고 1948년 대통령에 당선되어 자유당 독재시대가 펼쳐지던 중에 한국전쟁이 발발한다.
당시 민족자결주의자의 입장에서 이승만에게 하야 경고문을 보냈다가 체포되어 옥살이를 한다. 3.1운동 당시 민족 대표 33인 명단에 유림이 빠진 것을 천추의 한으로 여기며 전 재산을 내놓고 성균관대를 세웠음은 본 연재 29화(
멀리 갈 필요 없습니다, 성균관에서 단풍 시작입니다)에서 살펴봤다.
1953년에 성균관대 초대 총장에 취임했지만 이승만 정권에 기생하던 친일파의 강압으로 강제 사임 당하고 일체의 공직에서 추방 당한다. 유학자이자 선비로서 심산은 정치적 술수를 몰랐다.
▲ 천변 벚꽃길에서 이만한 풍경 없습니다 ⓒ 이상헌
오로지 민족을 위해 활동한 의인이었을 따름이다. 불구의 몸으로 집 한 칸 마련하지 못한 상태로 친지의 집이나 여관, 병원을 전전하며 한민족을 위해 헌신하다가 1961년 5.16군사정변 후 이듬해 별세한다.
흰눈처럼 내린 조팝나무와 벛꽃 터널
기념관부터 반포천을 따라 피천득 산책로가 이어진다. 반포동에서 오랫동안 수필가로 활약했던 금아 피천득을 기리기 위해 지자체에서 만든 길이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국어 교과서에서 <인연>을 읽어봤을 테니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의 문학 작품을 테마로 하여 아기자기하게 길을 꾸며놨다.
능수버들 늘어진 가지 사이로 개나리가 노랗게 피고 벚꽃이 바람에 휘날린다. 산책로 중간쯤에 도달하면 반포천2교에서 바라보는 조팝나무 군락이 마치 흰눈처럼 시야에 가득 들어온다. 백설기 같은 하얀 꽃잎이 탐스럽게 부풀어 올라 '조로 지어만든 밥'처럼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