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냅킨 링을 사용하기도 하고, 그냥 접기도 하는데, 정식 상차림에는 헝겊 냅킨이 놓인다.
김정아
사실 우리 한국인 입장에서는 이 종이 냅킨이 상당히 부담스럽다. 조금 묻은 것을 닦는데 뭘 이렇게 거창하고 커다란 휴지를 쓰는지 마음이 불편하다. 그래서 나는 옛날에 미국 살 때, 냅킨을 작게 잘라서 식탁에 두었던 기억도 있다.
거실에서 티타임을 갖거나 할 때에도, 격식을 차리자면 작은 헝겊 냅킨을 사용하고, 그렇지 않으면 종이 냅킨을 쓴다. 티타임용 종이냅킨은 정사각 모양으로 접혀 있고, 디너냅킨보다 약간 작은 사이즈이다. 이 상황에서도 역시 갑 티슈는 쓰지 않는다.
갑 티슈보다 냅킨을 선호하는 이유는, 이 천의 목적이 무릎을 덮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우리와 다른 식사 문화를 가지고 있어서, 먹을 때 식탁을 향해서 몸을 뻗지 않는다. 고개를 숙이고 먹게 되는 한식과 달리, 고개를 꼿꼿하게 들고 얼굴을 마주 보며 먹는 것이 예의이다.
그러다 보니 불가피하게 무릎에 음식을 흘릴 일도 생길 수 있고,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냅킨을 무릎에 덮는 것이다. 따라서 큼직한 냅킨이 유용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양식당에 가도 냅킨을 한쪽에 밀어 두고 먹기 쉬운데, 그 냅킨은 사실 무릎을 덮으라고 갖다 준 것이다.
이렇게 냅킨이 그들에게 친숙하다 보니, 아이들이 있는 집에서는 간식용 접시 대신에도 종이 냅킨을 흔히 사용한다. 종이 냅킨을 펼쳐서 과자나 견과류를 거기에 얹어주는 장면을 여러 번 봤다. 이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식탁 위에 늘 그 냅킨이 있으니, 아마 접시 가지러 가기 귀찮은 엄마들이 하는 행동일 것이다. 하지만 갑 티슈를 뽑아서 음식을 얹지는 않는다.
식탁에서 갑 티슈를 사용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주장은 아니다. 한국에서 그렇게 사용하는 것에 문제를 제기할 사람은 없다. 부끄러운 일도 아니다. 그저 캐나다와 다를 뿐이다. 하지만 이것은 명백한 문화의 차이이므로, 외국에 살면서 외국인 손님을 초대한다면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게 좋겠다는 정도이다.
실제로 나는 한국인 가정에 초대받아 갔을 때, 식탁 위에 놓인 갑 티슈를 보며, 남편의 머리 위에 물음표가 뜨는 것을 보았다. 물론, 예의가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자리에서 뭐라고 하거나 묻지는 않지만, 저걸 왜 저기에 둘까 하는 마음이 들 테고, 그걸로 입을 닦으라고 내놓았다고 해도 어쩐지 사용하지 않을 확률이 높을 것 같다.
문화는 옳고 그름이 아니라 다름일 뿐이지만,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것 또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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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거주하며, 많이 사랑하고, 때론 많이 무모한 황혼 청춘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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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서 갑 티슈 용도는 우리와 조금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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