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연습직장인에게는 쉬는 연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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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입사해 몇 년 동안 1월은 주머니 사정이 넉넉했다. 연말정산뿐만 아니라 연차 수당도 받을 수 있어서다. 이때만 해도 연말정산을 1월에 지급했고, 연차 수당을 돌려받기 위해 일부러 연차를 남기는 사람도 많았다.
금융위기 이후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연차 사용 촉진 제도가 등장했다. 연차 사용 촉진 제도는 근로자가 연차를 사용하지 않은 경우 미사용 연차휴가에 대한 사용자의 금전보상책임을 면제하는 제도다.
여전히 눈치 보는 직장인들
회사마다 사정이 다르지만, 약 15년 동안 재직하던 회사에서는 회사가 정한 연차 소진 이후 최소한의 연차 수당만 지급했다. 사실 회사의 요구대로 연차를 소진하다 보면 연차 수당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이직한 회사도 마찬가지다. 주기적으로 연차 사용을 권장하고 샌드위치 연휴 등에 공동연차를 붙여 연차 소진을 유도한다. '더 쉬고 싶은데 잘됐다'며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어쩔 수 없이 쉬어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눈치 안 보고 할 말 하는 시대, 칼출근, 칼퇴근 일상화 시대다(라고 쓰고, 그렇지 않은 현실을 보내고 있는 나지만). 기성세대는 눈치 보며 주말도 반납하는 시절을 보냈는데, '요즘 직장인들은 참 편하구나'라고 여기는 이도 많다. 요즘 세대 직장인은 복 받았다는 말을 여기저기에서 무수히 들었다.
요즘 세대에게는 연차 수당이라는 단어도 익숙하지 않을 거다. 다시 말해 무조건 연차를 써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연차수당 없는 직장인들은 원하는 날 자유롭게 휴식을 취할 수 있을까.
최근 기사를 보고 많이 놀랐다. <20대 직장인 연차 가장 못써...절반 이상이 연간 6일 미만>, <직장인 80%는 연차 잘 못써요"...끙끙 앓는 직장인들 왜?>라는 제목의 기사가 수두룩했다. 연차휴가를 쓰지 못하는 이유는 동료의 업무 부담이 28.2%, 직장 내 분위기와 조직문화가 16.2%, 업무 과다가 15.1%, 상급자의 눈치가 12.0%를 차지했다.
직장인에게는 일만큼 쉼도 중요하다. 제대로 쉬지 못하면 심리적, 육체적 피로가 쌓여 손해 보는 사람은 결국 본인이다. 건강은 누구도 대신 책임질 수 없는 영역이다.
잘 쉬어야 일도 잘 할 수 있다
지난해 코로나19에 걸려 격리한 5일을 제외하고 추가로 약 5일 정도밖에 쉬지 못했다. 이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탓도 있지만, 바빠서 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미 활동도 즐기면서 여전히 건강하게 회사에 다니고 있다. 나만의 쉼 원칙을 지키기 때문이다.
주말을 비롯해 모두가 쉬는 날은 무조건 마음 편히 쉰다는 전략이다(물론 주말에 일이 터지는 흔치 않은 예외의 경우도 있지만). 직장인이라면 장기전을 위해 주말을 비롯해 연차나 휴가 시 마음 편하게 쉬는 연습을 해야하건만 마음은 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치열하게 사는 것은 현대인의 숙명이라지만, 잠시 하늘을 올려보며 여유를 찾는 것은 선택이다. 열심히 사는 이들이 번아웃증후군에 맥을 못 추는 것도, 행복강박증에 시달리는 것도 어쩌면 잠깐의 '쉼'이 부족해서가 아닐까. 강박이라는 호흡 곤란을 피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잠시 쉬어가는 연습이다. 그래야 고른 숨을 오래 내쉴 수 있을 테니까."
책 <착각은 자유지만 혼자 즐기세요>에 등장하는 문구다. 최근 일 잘하던 후배 한 명이 격무에 시달리다 퇴사하는 안타까운 모습을 지켜보며 '쉼이 부족하지 않았을까'라고 생각했다. 직장인은 잘 쉬어야 일도 잘할 수 있다. 그래야 오랫동안 고른 숨을 내쉴 수 있을 테니까.
쉼의 시작은 작은 기회의 실천과 마음가짐에서부터 비롯된다. 최근 이 작은 기회를 십분 체감하고 있다. 바로 국가가 주는 휴일, 대체공휴일이 어느 순간 직장인의 삶에 '훅'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조차도 사치라고 느끼는 직장인도 있겠지만 이는 국가가 제공하는 권리이자 깊은 뜻이 담긴 휴일이다. 대체휴일은 직장인에게 주는 보상 휴일로 국가가 직장인의 근로환경을 개선하고, 일과 생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뿐만 아니라 국경일이나 공휴일이 주말과 겹쳐 생기는 경제적 손실을 줄이는 역할도 한다. 한 마디로 직장인이 개인과 나라를 위한 또 다른 경제 활동에 동참하는 날이라는 말이다.
대체공휴일 제도는 매년 일정 수준 이상의 공휴일을 보장하는 취지에서 2014년부터 시작됐다. 시행 초에는 설·추석 연휴와 어린이날에만 적용됐다. 점차 범위를 넓혀 3·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까지 확대되었고 올해부터 부처님오신날과 크리스마스까지 대체공휴일에 포함됐다. 현재 대체공휴일이 적용되지 않는 날은 신정과 현충일 뿐이다.
제도가 시행된 지는 오래되었지만, 조금씩 적용 범위가 확장돼 직장인이 체감하기 시작한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시나브로 늘어난 법적 휴일이니 시행 취지에 의미를 부여해 적극 동참한다는 마음으로 쉼을 즐겨야 한다.
일 년에 며칠 안 되는 대체휴일로 드라마틱한 삶의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는 국가가 제공한 기회이자 나비효과를 창출할 작은 움직임이라고 생각한다. 눈치 보지 않고 쉴 수 있는 권리를 누리고, 단순한 휴일이 아닌 국가의 경제적 손실을 줄이면서 행복한 삶을 누리는 의미 있는 날로 여겨야 하는 이유다.
기업 문화는 바뀌기 마련
직장인들이 제대로 쉬기 위해서는 기업 문화가 가장 중요하다. 주 6일 근무 시대가 주 5일 근무로 자리 잡았고, 주 52시간 근무제, PC 오프제(점심시간이나 퇴근시간 등 정해진 시간이 지나면 업무용 PC가 자동 종료되는 제도, 직원들의 식사나 휴식· 퇴근 시간을 보장하기 위해서 마련되었다)를 비롯해 일부지만 주 4일이나 4.5일제 근무제도가 시행되는 등 다양한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이처럼 기업 문화는 불과 10년 전과 비교해 천지개벽했지만 회사 분위기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연차를 쉽게 쓸 수 있는 곳도 있고, 최근 기사에서처럼 눈치 보며 안타깝게 날리게 되는 회사도 있다.
그러나 연차는 근로자의 권리이고, 이를 당당하게 쓰는 분위기를 직장인들 스스로가 조성해야 한다. 이는 상사부터 모범을 보이는 게 맞다. 상사가 주야장천 쉼 없이 일만 하는 조직은 경직될 수밖에 없다. 결국 사기는 떨어지고 직원들의 의욕 저하로 이어진다.
직장인에게는 긴 휴가보다 아무 생각 없이 쉴 수 있는 두둑한 배짱이 더더욱 필요하다. 그래야
휴식 후에 평온한 호흡으로 다시 달릴 수 있다. "휴식은 게으름도, 멈춤도 아니다. 휴식을 모르는 사람은 브레이크가 없는 자동차 같아서 위험하기 짝이 없다"는 말은 쉼을 모르고 달리는 상사들에게 전하고 싶은 포드 창립자 헨리 포드의 명언이다.
올해는 이미 지난 설날, 어린이날 말고도 석가탄신일(대체공휴일), 추석, 한글날, 성탄절 등 3일 이상 쉬는 연휴가 발생한다. 전략적으로 '쉼'을 연습할 절호의 찬스다. 대체휴가라는 국가가 쏘아 올린 신호탄을 필두로 똑 부러지고 당당하게, 몸과 마음을 위한 쉬는 연습에 도전해 보자. 돈보다 건강이 중요한 만큼 수당보다 알찬 연차 사용이 더더욱 중요한 시대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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