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메뉴판의 압박... 꼬부랑 필기체 불어는 구글도 잘 못 읽어요.
김상희
어쩐지 이것저것 많이 주더라. 우리는 와인과 함께 아뮤즈부쉬, 앙트레, 스타터, 플라(메인요리), 카페 구르망을 먹은 것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우리가 점심을 먹은 곳은 명품 와인 '지베리 샹베르탱(Gevery Chambertin)'을 생산하는 지브리(Givry) 마을이었고, 그날 마신 와인은 상위 1.4%의 와인에게만 부여한다는 최고 등급 그랑 크뤼까지는 아니어도 상위 10%에 들어가는 2등급 프리미어 크뤼의 와인이었다.
한 마디로 오늘의 과(過)한 다이닝은 프랑스어 문맹이 가지고 온 행복한 참사였다. 그동안 열흘 넘게 단품 식사와 직접 해 먹은 끼니로 절약한 식비를 오늘 점심으로 보상받았다고 쳤다. 맛있게 폼나게 기분 좋게 먹었으니 파인 다이닝(Fine Dinning) 아닌가.
파인 다이닝 효과인지 차도 잘 달려 주었다. 유료도로 톨비 내는 방법이 무서워 무료 도로만 돌아다니다가 실수로 유료도로를 타게 되었다. 닥치니까 다 하게 되더라. 통행권 뽑고 카드 꼽고 요금 내고... 안시에서는 셋이서 주차 기계랑 삼대일로 씨름한 끝에 주차비 내고 차도 세웠다. 그리하여 렌터카 빌린 지 삼일 만에 종착지 리옹역까지 달려 간신히 차를 반납했다.
차를 돌려주고 나니 어찌나 홀가분한지 날아갈 것 같았다. 차 없으니 이렇게 좋은데 왜 사서 고생을 했을까. 단언컨대 인간은 절대로 합리적인 동물이 아니다. 그래도 포도밭은 원 없이 봤으니 됐다. 최고의 점심도 먹었으니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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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여행자입니다. 여행이 일상이고 생활이 여행인 날들을 살아갑니다. 흘러가는 시간과 기억을 '쌓기 위해'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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