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송은 흑송보다 솔잎이 부드러워 작업이 쉬운 편에 속한단다.
유신준
새순 제거 작업이 끝나면 잎털기 작업을 한다. 윗쪽부터 너무 무성한 곳을 다시 손질해 나가는 작업이다. 묵은 솔잎 중 적당량을 선별해서 제거해 내야 한다. 전체적으로 가지 모양을 손오공 구름처럼 가볍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때 아래 쪽으로 처진 잎도 따줘야 부드러운 곡선이 살아난다.
사부는 척척 진행하고 계시는데 초짜 눈에는 그 잎이 그 잎이다. 어느 잎을 따줘야 하는 건지 분간이 안 간다. 사부 손길을 살펴보니 어제 작업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 표면에만 솔 잎이 집중하도록 그 아래는 전부 제거하는 것이다. 그래야 나무 끝이 날렵하고 경쾌하게 보인다.
잎털기 작업을 하면서 가지도 안에서 밖으로 문질러 준다. 적송은 표면이 매끈한 나무라서 나무 전체적으로 매끈하게 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로운 작업이지만, 적송은 흑송보다 솔잎이 부드러워 작업이 쉬운 편에 속한단다.
작업은 겨우 해냈지만 초짜가 별 수있나. 최종 점검할 때 한쪽이 좀 이상하다면서 사부가 재작업을 했다. 제거되지 않은 새싹도 보였다. 잘 안 보였다고 하자 그런 변명은 통하지 않는단다. 하나를 빠트리면 세력이 그 눈으로 집중돼서 나중에 쑥 올라온단다. 실수의 증거가 확연히 보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 작업은 전체적으로 실패가 된다. 소나무 작업에서 한 치의 오차도 용납되지 않는 이유다.
작업이 끝나고 나무 아래 펴 놓았던 차광막을 걷고 청소를 했다. 차광막은 청소를 쉽게 하기 위해 씌우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정원의 다른 식재물들을 보호하는 역할이다. 하나라도 다치면 안 된다. 현재 모습이 그대로 유지돼야 하는 게 차광막의 목적이다.
최종 블로워 작업은 사부가 진행 방향만 알려주고 나에게 맡겼다. 블로워가 단순하게 이파리들이나 불어내는 작업이라 생각하면 안 된다. 사부 정원에서 물을 상징하고 있는 흰 쇄석들이 이끼 위로 튀지 않도록 풍속의 강약을 조절해야 하는 섬세한 작업이다. 어느 것하나 쉬운 게 없다. 끝까지 긴장의 끈을 늦추지 말아야 한다.
빳빳하게 살아있는 정원사 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