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정원의 진수를 보여주는 듯 초록의 그라데이션이 봄의 절정이었다
유신준
본격적으로 전지가위를 잡기 전에 이론공부 과정이 있었다. 이론공부 이전에 물론 사부와의 만남이 있었고. 인연의 끈은 사람을 통해 이뤄졌다. 하루미씨였다. 우리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때로 비명을 지르며 살지만 또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한시도 살 수 없는 존재들 아니던가.
하루미씨는 몇 년간 내 일본 생활의 수호천사였던 분이다. 그녀에게 졸랐었다. 조경사 자격을 땄으니 실무 연수가 필요하다고. 그러니 사부님을 구해달라고. 당시는 농반진반이었다. 잊고 지냈는데 전화가 왔다. 적당한 분을 구했으니 시간 있으면 건너와 보라고. 말이 씨가 됐다.
사부와의 만남
부라부랴 카멜리아 배편을 예약했다. 그때는 일본입국 절차가 꽤 복잡했었다. 나는 백신접종을 하지 않아 72시간 이내에 PCR 검사를 마치고 증명서를 받아야 했다. 이걸 여권사진과 함께 비짓재팬 사이트에 올려 관계자의 확인을 받아야 비로소 입국허가 블루화면이 떴다. 이미그레이션 통과 전 입국 절차의 시작이 이정도였다.
하루미씨가 소개해 준 사부님은 쿠마우에 코타로(㙗上환太郞, 75세)씨다. 쿠마우에 조원(造園;정원을 만듬)의 2대째 대표로 평생 정원에서 잔뼈가 굵은 일본정원 전문가란다. 그동안 거리를 오가며 단아한 일본정원들을 눈여겨 보기만 했는데 제대로 공부할 기회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