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는 봄을 기다리지 않는다>
문종필
이 텍스트는 이런 의도 속에서 제작되었기 때문에 단편 하나만을 놓고 본다면 특별한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 없지만, 작은 단편들이 모이면 점묘법의 형태로 그려낸 커다란 회화처럼 묵직한 힘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직선의 시간 형태가 아닌 순환의 형태로 제작된 이 텍스트의 매력은 아무래도 이런 시공간의 의도적인 배치에서 기인한다.
이 텍스트는 전라북도 군산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후, 고향 군산을 꼭짓점으로 여러 지역을 오고 간 10년 정도의 여정을 담고 있다. 독자들은 10년이라고 시간을 떠올리면서 긴 시간의 기록이 이 텍스트에 모두 담겨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는 않다. 작가가 선택한 가장 강력했던 경험을 중점적으로 배치했다고 봐야 한다.
20대의 젊은 청년이 등장하는 이 텍스트에서 '사랑'과 '불안'한 미래가 소재로 자주 등장하는 것은 이런 맥락 위에 놓여 있다. 사랑과 미래만큼 애틋한 것은 없으니 자연스럽게 이 소재와 어울리는 장소와 공간이 반복된다.
개별적 이야기의 보편적 의미에 대해
고향이 누군가에게는 애틋한 장소로 기억되겠지만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 텍스트의 주인공에게는 포근하고 따뜻한 곳으로만 기억되진 않는다. 고향에서 치러진 사촌 여동생의 결혼식에선 "서로가 너무나 얽히고설킨 징그러울 만큼 작은 나의 동네"를 외면하고 싶기도 하고, 고향 군산은 서울로 대학을 진학하게 되었을 때 호기심 있게 서로를 지켜봤던 은진과의 만남을 방해하는 오묘한 공간이 되기도 한다.
이 단편에서 두 인물은 사랑하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군산이라는 공간은 서울로 진학한 한 청년과 이곳에 남아 있어야 하는 한 소녀를 멀어지게 했던 얄미운 장소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지역 '군산'이 부정적인 공간으로만 작동하지 않는다. 시간이 한참 흘러 재수가 아닌 반수를 준비하기 위해 잠시 머물러야 했던 고향 군산은 작가에게 쉴 수 있는 배려 깊은 장소가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