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도서관] 표지 책 표지입니다.
문종필
폴(가칭)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바다 우체부이다. 그는 편지를 배달할 때, 자전거나 트럭이나 비행기를 타지 않는다. 물기로부터 편지를 보호하기 위해 바다표범 가죽으로 만든 가방을 가슴에 품고 소중한 사연을 가득 담아 바다를 횡단한다.
편지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대서양을 건넌다. 폴에게도 사랑하는 아내가 있다. 하지만 일을 포기하기에는 이 위험한 직업이 너무나 매력적이다. 그는 거침없이 바다로 향한다. 기술문명이 발전할수록 사라져가는 직업이지만 폴은 보람을 느끼며 고단한 현실에서 숨을 쉰다.
그런 폴에게 하나의 사건이 일어난다. 바다에서 커다란 고래를 만나게 된 것이다. 어두컴컴한 밤에 안경을 끼지 않고 돌아다니던 고래가 실수로 폴의 작은 배와 부딪친 것이다. 배는 엎어졌고 기울었지만, 선량하고 순수한 고래와의 만남이 배려와 친절을 기반으로 했기에 이 둘은 거부감없이 친구가 된다.
서로 궁금한 정보를 주고받으며 정을 쌓아간다. 하지만 고래는 인간을 무작정 믿을 수 없다. 폴과 같이 선한 목적을 품은 인간이라면 상관없겠지만, 대부분의 인간은 고래를 포획하려고만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던 폴과 고래는 사람들을 피해 월식이 되는 날 다시 만나자고 약속한다.
시간이 흘러 드디어 기다리던 개기 월식이 다가왔지만, 사랑하는 아내의 출산으로 인해 폴은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이런 사정을 몰랐던 고래는 해가 밝아올 때까지 바다에서 폴을 기다린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고래잡이 사냥꾼 눈에 띄어 죽임을 당한다. 인간은 고래의 가치를 모른다.
지난번에 가을 낙엽에 대해 물어봤잖아. 잎사귀를 떠나보낸 나무의 슬픔에 대해서도…그래서 내가…
좋아. 결심했어! 오늘부터 난 낙엽을 모을 거야 이토록 아름다운 죽음을 맞이하는 나뭇잎들을.
폴은 고래와의 첫 만남에서 가을날의 낙엽에 관해 이야기했다. 이 사실을 듣고 흥분한 고래는 육지의 모든 것에 호기심을 품었다. 이런 사실을 귀담아들었던 폴은 고래와의 두 번째 만남에서 가을 낙엽을 선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