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퀴어](2023) 표지책 표지 입니다.
마이아 코베이브
"무엇이 되기 싫은 지가 아니라, 무엇이 되고 싶은지로 나를 정의하고 싶어."
마이아 코베이브(Maia Kobabe)의 <젠더퀴어>(2023)를 읽는 행위는 사회적 통념과 싸우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사회적 통념은 일반적으로 널리 통용되는 견고한 믿음이다. 그러니 이것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 새로운 과학의 발견이나 논리적인 근거로 증명해 내지 않는 한 굳게 믿고 있는 대중의 마음을 돌리기는 정말로 어렵다.
하지만 이런 '믿음'의 형태가 늘 항상 옳았던 것도 아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로 어처구니없는 통념을 믿으며 살아간 것이 인류의 역사이기도 하니 그렇다. 멀게는 태양이 지구 중심을 돈다는 주장부터 특정한 피부색의 사람들을 노예로 생각했던 역사가 그렇다. 유대인을 학살한 나치의 마음과 시선은 어떠한가. 가깝게는 이데올로기가 다르다는 이유로 무차별 학살을 감행했던 이곳 한반도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잘못된 신념은 선한 인간의 두 눈을 잔인하게 가린다.
사회적 통념은 늘 옳은가
그래서 사회적 통념이 잘못되었다면 용기 있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사회적 통념으로 인해 손해 입거나 소외된 적이 있다면 그 누구라도 어떤 방식이든지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하지만 이 싸움은 생각처럼 만만치 않다. 자신을 경멸하는 존재로부터 나를 보호해야 하기 때문이다. 통념은 대부분 사람들이 옳다고 믿는 신념이기 때문에, 그것을 흔들기 위해서는 각오가 필요하다.
모두가 그게 옳다고 믿는 세상에서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때론 희생이 필요할 때도 있다. 희생 없이 소수자의 목소리가 닿는다면 참 좋겠지만, 이 지면에서 다루는 성소수자의 경우도 안타까운 희생이 없지는 않았다. 2023년 부천 신인만화상을 받은 정해나 작가의 〈요나단의 목소리〉도 이와 같다. 가장 소중한 목소리를 내놓아야만 성소수자로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 책의 <젠더퀴어>(2023) 저자도 마찬가지다. 힘은 세지 않지만, 만화를 그릴 수 있는 재능을 지닌 마이아 코베이브는 성별 이분법이라는 사회적 시선 속에서 느꼈던 불편한 감정을 <젠더퀴어>에 담아 놓았다.
사회가 정해준 '남녀'라는 기준에 구속되기보다는 "무엇이 되고 싶은지"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니 이 텍스트는 작지만 소중하고 강력한 무기다. 당연하다는 사회적 통념에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하는 텍스트는 틈에 진실을 끌어올린다. 그래서 이 텍스트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런 강력함을 필자만 느꼈던 것이 아니다. 트랜스/젠더/퀴어연구소와 한국퀴어아카이브 '퀴어락'에서 일하고 있는 루인도 해설에서 이 지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