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교사 A씨가 지난해 10월 학생의 교권침해 후 받은 신경정신과 진단서. 진단서에는 "심한 스트레스 반응과 불면, 걱정 상황의 강박반추, 만성프로증후, 자율신경실조증, 무력증과 집중장애 등을 동반한 불안동반 우울증 치료 중", "향후 3개월 가량의 안정과 집중치료가 필요하다고 사료 됨" 등의 내용이 담겼다.
A씨 제공
학교의 미온적 대응으로 제때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를 열지 못했다가 결국 교권침해가 재발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후 교사가 정신과 치료를 받는 등 고통을 겪었고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지적이 나왔지만, 교육청과 교육부는 학교 측 처분에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서울의 13년 차 초등교사 A씨는 지난해 3월 학생으로부터 폭언을 듣는 등 교권침해를 당했다. 이 학생은 여러 차례 지도를 따르지 않고 자리를 무단 이탈하기도 했다. 정신과 상담 및 치료를 받아야 했던 A씨는 두 달 뒤 교보위 개최와 병가를 요청했다. 교보위는 학교장 또는 교권보호위원장 또는 재적위원의 1/4이 요청하는 경우 개최된다.
하지만 교장은 교보위
개최를 요청한 A씨를 불러 "우리학교에서는 그간 (교보위
가) 열린 적이 없다", "나중에 소송까지도 갈 생각을 하고 있어야 한다", "소송에 가도 실익이 없는 경우가 많다", "원하는 조치가 나오지 않아 학교를 애먹인 사례가 있다", "병가를 쓰면 교보위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등의 말을 했다.
이같은 교장의 말을 만류로 여긴 A씨는 요청을 철회했고 결국 교보위 개최는 무산됐다. A씨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학교 최고책임자가 교보위 개최와 실효성 등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쏟아냈는데, 그 뜻을 거슬러 교보위를 열면 나중에 어떤 불이익을 받을지 모르지 않느냐"라고 토로했다.
교사 연가 요청에 교장 "학교 경영 어떻게 하냐"
이후에도 학생의 교권침해 행동은 잦아들지 않았다. 학생의 폭언과 지도 불응이 이어졌고 결국 지난해 10월 심한 욕설을 들은 A씨는 다음 날 다시 정신과를 찾아야 했다.
A씨는 연가·조퇴 또한 학기가 끝날 때까지 사용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A씨는 남아 있던 병가(약 20일)와 연가를 붙여 쉬겠다고 요청했다. 하지만 교장은 "학급은 어떻게 할 거냐", "학부모들이 민원을 넣으면 어떻게 답해야 하냐", "학교 경영은 어떻게 해야 하냐"며 받아들이지 않았고, '교육활동 보호 매뉴얼'에 따른 특별휴가(5일)만 허가했다.
이 사건은 2022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다뤄졌고 이후 A씨의 재요청으로 그제야 교보위가 열렸다. 해당 학생은 '사회봉사 10시간, 심리치료 6시간' 처분을 받았다. 교보는 교권침해 정도에 따라 학교봉사, 사회봉사, 특별교육, 출석정지, 전학, 퇴학 등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A씨는 "교보위 처분으로 해당 학생은 자기 잘못에 대한 책임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만약 (처음 요청했던) 5월에 교보위가 열려 문제 행동이 개선됐다면 10월에 더 큰 교권침해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