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숙 지도위원
장영식
장영식은 김진숙 지도위원이 85호 크레인에 오른 지 200일이 되어 가던 여름 이후, 약 100일이 넘도록 매일 현장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구체적으로 그의 사진과 인생이 어떻게, 왜 바뀌게 된 걸까?
지금까지의 사진들은 그냥 유희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사진에 대한 철학이 바뀌었어요. 사진은 사회적 담론을 만들고, 사회적 약자를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했죠. 진숙 씨의 투쟁을 기록하면서 앞으로 내가 무엇을 찍어야 할지, 어떤 현장을 기록해야 할지 많이 고민했어요.
2013년 5월의 밀양
장영식의 사진과 인생에 영향을 준 것은 '85호 크레인' 외에도 하나가 더 있는데, 그것은 바로 '밀양'이다. 밀양 송전탑 갈등은 대한민국 중앙집중형 에너지 체제의 문제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회 갈등 중 하나이며 '전기는 할매의 눈물을 타고 흐른다'와 '우리 모두가 밀양이다'라는 상징적인 구호를 남기기도 하였다.
2012년부터 밀양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고, 부산에서 단체로 밀양에 갈 기회가 생겨서 처음으로 가 봤죠. 밀양에 집중하게 된 건 2013년 5월부터였어요. 지금도 선명하게 기억하는데, 2013년 5월 22일에 제가 울산에서 온 연대자랑 새벽에 카톡을 주고받으면서 현장에 갔어요.
2013년 5월 22일 장영식이 농성장에 처음 갔을 때, 그곳을 지키던 주민이 그를 보고 가슴을 치면서 "아이고, 이제 우리 살았다, 우리 살았어"라고 말했는데, 장영식은 그 주민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그 상황이 어이가 없었다. 그 역시 아무런 힘도 없는 사진작가일 뿐인데 왜 할매들이 이렇게 말씀하시는지. 그러나 장영식은 현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왜 주민들이 사진작가의 방문에 그리 좋아했는지 이해하기까지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대한민국에서 광주를 겪고, 광주를 기억하는 5월에 산골짜기에서 할매들을 고립시킨다는 걸 솔직히 상상도 할 수 없었죠. 30도가 넘는 아주 뜨거운 날씨였는데, 할매 일고여덟 분이 물도 못 마시고, 소변도 못 보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경찰이랑 한전 직원이 못 들어간다고 막더라고요. 기가 막히는 거죠. 그걸 뚫고 현장에 가보니, 한전 직원은 할매들을 고립시키고, 경찰들은 그 광경을 보고도 그냥 점심이나 먹고 물 마시면서 그늘에서 쉬고 있더라고요. 거기서 내가 너무 화가 나서 한전 직원과 경찰에게 "너희들이 인간이냐"고 울부 짖었죠.
한전과 경찰 20~30여 명은 밀양 주민들을 고착시키기 시작했고, 할매들은 옷을 벗고 똥물을 던지며 저항하다 결국엔 끌려 나왔다. 장영식은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2013년 5월의 밀양을 찍었고, 그 사진들을 <부산일보>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을 통해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