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찌개 거리한때 50여 가게가 성업을 이뤘으나, 지금은 십수 곳만 남아 명맥을 잇고 있는 부대찌개 거리.
이영천
미군 부대에서 흘러나온 물품 중 단연 으뜸은 먹거리였다. 미국에서 직접 공수해 온 미군 음식은, 당시 우리 생활상에 비춰 무척 절실한 품목이었다. 햄, 소시지, 각종 육류가 음성적으로 흘러나와 의정부 제일시장에서 유통된다. 이런 연유로 지금도 이곳에선 '부대(部隊)고기'라 부른다.
음성적이었기에 초기엔 유통량이 충분치 않았을 것이다. 또한 육류라는 건 알겠는데, 무척 생소한 재료임에도 분명한 사실이다. 배는 무척이나 고프다. 그냥 잘라 먹기에는 양도 부족할 뿐더러, 우리 고유 음식문화와도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에겐 김치찌개가 있다. 김치에 각종 고기나 생선을 넣어 끓여내는 고유 음식이다. 김치찌개에 고기 대신 소시지나 햄, 통조림 콩으로 조리해 본다. 김치 특유의 신맛이, 조미된 소시지나 햄과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그냥 먹기보다 양도 풍부하다. 부대찌개의 탄생이다.
우리 입맛에도 잘 맞는다. 김치의 개운한 맛과 매운 양념의 칼칼한 맛이, 햄과 소시지에서 우러나온 짭조름한 단맛과 잘 어우러진다. 국물은 또한 갓 지은 따스한 쌀밥과 무척 잘 어울리는 맛이다.
전쟁 후 미군은 서울, 부산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 주둔했다. 따라서 부대찌개는 미군이 주둔하던 곳 어디에나 있었다 추정할 수 있다. 물량 차이는 있을망정, 부대고기를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여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중 유독 '의정부 부대찌개'가 유명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규모의 경제' 아니었나 추측해 본다. 제일시장이라는 기반에, 대규모 보급원으로써 미군의 존재 말이다. 이렇듯 의정부 부대찌개는 오랫동안 명맥을 지켜갈 수 있는 충분한 기반을 갖추고 있었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