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펼침면을 가득채운 그림책의 한 장면바다위에 둥둥 떠 있는 사람의 모습이 자유로워 보인다
그림책공작소
그림책 <해변과 바다>의 가장 큰 미덕은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길 때마다 우리 각자가 간직한 바다에서의 추억이 자연스레 떠오른다는 것이다. 스노클링 하면서 봤던 총천연색의 산호초와 바다 위에 둥둥 떠 있었을 때 느꼈던 평안함. 이 책을 읽고 나면 바다가 보고 싶다. 바다에 가고 싶어진다.
바다를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핵오염수
지난 8월 24일 기어이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를 시작했다. 중국과 홍콩은 즉각적으로 일본 수산물 수입 전면 금지를 발표했다. 많은 사람들이 방류 전부터 소금을 사재기했다. 어떤 이들은 김이나 미역 같이 오래 보관이 가능한 해조류를 미리 사두기도 했다. 하지만 입으로 들어가는 해산물만 조심하면 될 일일까.
이제 더 이상 바다는 우리가 사랑하던 그곳이 아니다. 바다를 생각하면 자연스레 핵오염수가 떠오른다. 무섭고, 두렵다. 어떤 이들에겐 지금 당장 피부에 와닿지 않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아직은 우리 바다까지 오지 않았으니 시간이 더 있다고 생각하는가?
하지만 머지않아 '바다 보러 가자'라고 말할 때의 해방감은 사라질 것이다. 먼바다를 바라볼 때도 걱정스러운 마음부터 들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의 아이들은 앞으로 마음 놓고 바다를 즐길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이 또한 바다를 인간의 편에서만 바라보는 이기적인 생각일지도 모른다. <해변과 바다>의 마지막에는 매 장면 등장하던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 대신 깊은 바닷속을 유유히 헤엄치는 물고기 떼의 그림자가 나타난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하는 넓고 깊은 바다의 주인은 결코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려는 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