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
김병기
"윤석열 정권은 단순히 과거로 회귀하는 게 아니라, 민주주의 궤도에서 완전히 이탈했습니다."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신흥무관학교100주년기념사업회 공동대표)의 일갈이다. 윤석열 정부가 역사의 퇴행과 반동에 그치지 않고 '탈선'해서 무한질주하고 있다는 뜻이다. 김 전 관장은 특히 윤 정부는 "법치를 내세우지만 야당과 노동자, 시민단체를 망치로 두드려 패고 있다"면서 "민주주의 정치는 협치인데 야당과 진보 언론, 노동자들과는 극한 대치, 북한과는 무한대치하고, 외교, 즉 외치는 거의 국치 수준"이라고 날선 비판을 했다.
지난 8월 28일 경기도 남양주시의 자택에서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회원인 김 전 관장을 만났다. 그는 군사독재 정권 때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등에서 반독재 언론운동을 하다가 1970년대 유신정권과 1980년 군부독재정부 때 모진 고문을 당하기도 했다. 또 대한매일(현 서울신문) 주필을 지낸 언론인이자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한 친일문제 연구가이며, 독립운동가 등 50여명의 삶을 고찰한 평전의 저자이기도 하다.
윤석열 외교가 '국치'인 까닭
이날 육군사관학교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을 추진하는 윤석열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한(관련 기사 :
"홍범도 장군, 동포 도우려고 소련공산당 입당" https://omn.kr/25eyn) 김 전 관장은 역사적 맥락에서 윤 대통령이 선전포고한 '이념전쟁'의 본질과 비극적 결말에 대한 이야기를 장시간 이어갔다.
김 전 관장은 우선 윤석열 정부 외교를 '국치' 수준으로 평가절하한 이유에 대해 "미국 정보기관이 대통령실을 도청했는데 '악의가 없었다'는 식으로 넘어갔고, 그동안 일본에게 피해 국가로서 당당하게 배상과 사죄 요구를 했는데 이제는 일본 눈치를 봐야 될 만큼 위치가 바뀌었다"면서 "인류 공동 자산인 바다에 핵 오염수를 뿌려 후세들이 살아갈 터전까지 망치는 데 오히려 일본 편을 들어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승만 평전'(2020년, 두레 출판)의 저자이기도 한 김 전 관장은 윤석열 정부가 이승만 전 대통령을 추앙하면서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할 말이 많았다. 김 전 관장은 프랑스 혁명 뒤에 회자됐던 다음과 같은 말을 인용했다.
"변할수록 옛 모습을 닮아간다."
김 전 관장은 "1789년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나고 얼마 뒤 나폴레옹 쿠데타가 있었고, 그 뒤 왕정이 복귀됐으며 한때 공화정이 이루었다가 나폴레옹 조카였던 루이 나폴리옹에 의해 황제가 되면서 많은 사람이 희생되는 반동기를 겪었다"면서 "그 때와 거의 비슷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윤석열차는 과거로 회귀한 게 아니라 궤도를 이탈했다"고 개탄했다.
이어 김 전 관장은 이승만 전 대통령을 추앙해서는 안 될 역사적 사실을 조목조목 밝혔다.
"청년기 때는 개화파, 인권운동을 하면서 존경을 받았는데 미국 선교사들에 의해 경성감옥에서 풀려난 뒤 미국으로 건너가면서부터 '청년 이승만' 모습을 잃었습니다. 예컨대 1908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전명운·장인환 두 의사가 고종 황제의 외교 고문이자 우리 국록을 받으면서 일본을 홍보해 온 스티븐슨을 살해했죠. 이승만은 하버드 대학에서 석사학위 코스를 받고 있을 때입니다. 샌프란시스코 사탕수수수 밭에서 일하던 동포들이 돈을 걷어 왕복 비행기표를 사줬는데 막상 법정에 와서는 한다는 소리가 자기는 '기독교 신자이기에 살인마를 변호할 수 없다'는 거였습니다. 변호가 아니라 통역을 해달라는 건데, 이조차 거부했죠."
김 전 관장은 "이승만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수립되기 직전인 1919년 1월, 독립운동가들이 절대 독립을 주장했던 시절인데 미국에 일본 대신 위임통치를 해달라고 주장했던 인물"이라며 "그 때 신채호 선생은 '이완용은 있는 나라를 팔아먹었는데, 이승만은 있지도 않은 나라를 팔아먹었다'면서 의정원 회의장을 뛰쳐나가기도 했다"는 일화를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