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민간인희생자 유족 이만주씨
주간함양
이만주씨는 한국에서 태어났지만 그가 한두 살 때 온 가족이 일본으로 건너갔다. 이만주씨는 일본 도쿄에서 공부를 했다. 중학교 입학을 위해 원서를 내 놨던 1945년 3월 도쿄대공습을 겪으면서 어머니와 누이들, 가족 넷을 잃었다.
"그때는 일본에 다 나무로 만든 판잣집이 많았어요. 그래서 싹 다 타버렸어요. 비행기에서 수류탄을 수십 개씩 떨어트리는데 집에 그게 떨어졌어요. 운하가 다 말라 버렸지요. 우리는 저수지 구덩이에서 살아서 나왔는데 아침에 사람이라고는 다 죽고 하나도 없었어요."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결혼해서 오사카에 살고 있던 누나에게 들렀다 중학교 1년을 그곳에서 보낸다. 이만주씨는 15살 되던 해 해방이 되고 남동생 둘, 여동생 한명, 아버지와 한국으로 돌아왔다.
"아무것도 없이 살았어요. 서하에 논이 좀 있었는데 다 날리고 한 이년 살고 돈도 없고 먹을 것도 없이 여기 고향 안의면으로 온거야. 아무것도 없이 고향 들어와서 설움 구더기였지요."
고향에서 살던 그 시절은 6.25전쟁 이후 공비들이 자주 출몰하던 때다. 마을에 사는 젊은이들이 여자 공비를 잡으면서 보복을 당했다.
"빨갱이가 내려와서 동네를 싹 뒤져가지고 곡식 다 가져가고 숟가락이니 뭣이니 다 가져갔대요. 여자 하나가 따라서 내려와서 구석구석 다 뒤져서 가져갔다 해요. 그 여자는 여기 밑에 부락에서 빨갱이 나간 사람이었는데 여기를 잘 아니까 자연스레 여기를 자주 왔던 거예요."
여자 공비를 잡은 다음날 마을 이장, 민보단장 그리고 여자공비를 잡은 마을사람 집에 불을 지르고 사람도 죽였다.
"민보 단장이 우리 사촌형님 이달주였는데 총에 맞아 죽었어요. 그때는 아버지가 살아계셨을 때라서 나랑 아버지랑 밤에 갔는데 죽어 있었어."
이후 한참 오지 않던 공비들이 하룻저녁 마을사람들을 데려갔다. 마을재산을 갈취하여 그 짐을 마을사람들에게 지게 했다. 이만주씨는 도망을 갔지만 아버지는 잡혀가 기백산까지 나락을 짊어지고 갔다가 돌아가셨다.
"스물쯤 됐을땐데 그때가 음력으로 10월 7일이라요. 눈비가 와서 약간 얼었을 때인데 아버지가 잡혀가서 나락을 짊어지고 기백산까지 갔다가 돌아가셨어요. 다음 날 아침에 올라가니께 아버지가 쭈그려 앉아서 숨을 거두셨더라고요. 우리 백부가 그 조금 더 위에서 시신을 찾았지요. 몇몇은 안 가려고 고집을 부리니까 거기서 죽이고 우리 아버지는 기백산까지 가셔서 짐을 내려주고 오다가 그 추운데 노인이 삼베만 입고 갔다가 얼어 죽은거지. 빨갱이들이 와서 사람들을 잡아서 자기들 사는 기백산까지 끌고 가는데 안 갈 수가 있나요. 가다가 도망 나온 사람도 있고 끝끝내 갔다가 살아 나온 사람도 있고 죽은 사람도 있고..."
가장이 된 이만주씨는 동생을 키우고 스물넷에 가정을 이뤘다.
"스물네 살 때 결혼했어요. 아내는 열여덟, 말도 못 하게 고생했어요.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동생들만 있고. 그때는 논만 있으면 부잔데 아무것도 없었어. 하루 벌어서 하루 살고 반은 먹고 반은 굶고. 그때는 다 못 살았어요. 말도 못하게 배를 곯았어.하루 종일 일을 해도 품삯이 딱 깎아서 쌀 한 됫박. 남의 집에서 살면서 일 쌔가 빠지게 해주고 밥 얻어먹고 살았어요."
고향은 이제 60대가 가장 젊은 층이다. 그 시절을 생생하게 증언해준 이만주씨도 마을의 최고령자다.
"보상이고 뭐고 아무것도 없어요. 그때는 개판이었어요. 정부에서는 쌀 한 되도 안 줘요. 그때는 옳은 법이 아니었어요".
* 이 기사는 증언자의 구술을 그대로 살리고자 방언을 사용하였습니다. 구술 내용 중 날짜, 나이, 숫자 등에는 구술자의 기억의 외곡이 있을 수 있으며 전체 내용 또한 증언자의 기억을 바탕으로 기록됐습니다.
유족
■ 이름 : 이만주
■ 희생자와의 관계 : 희생자의 아들
■ 생년월일 : 1932년 11월27일 / 만 91세
■ 성별 : 남
■ 주소 : 함양군 안의면 하원리 315
■ 직업 / 경력 : 농업
희생자
■ 이름 : 이도갑
■ 생년월일 : 1897년 5월23일
■ 사망일시 : 당시 56세 가량
■ 성별 : 남
■ 결혼여부 : 기혼
■ 주소 : 경남 함양군 안의면 하원리 313
■ 직업 / 경력 : 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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