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에고화산은 지구의 숨구멍이다. 지구가 살아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김상희
아카테낭고산은 너무 추웠다. 겨울 패딩을 껴입고 모자에 목도리, 장갑까지 동원해도 추웠다. 가이드들이 지펴놓은 모닥불에 몸을 녹이다가 푸에고 화산 분출을 기다리다가 하는 일이 밤새 반복됐다.
어둠이 내리자 푸에고 화산의 진짜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낮에는 보이지 않던 시뻘건 용암을 분수처럼 뿜어내더니 이내 산자락을 타고 흘렀다. 수초에 이르는 짧은 분출쇼였다. 30분 넘게 기다리면 한 번 정도 분출했다. 어떨 때는 약하게 어떨 때는 장엄하게. 낮에도 연기와 함께 흘러나왔을 용암이 어둠이 내려서야 사람 눈으로 식별된다는 사실이 역설적이다. 어두울수록 잘 보이는 별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