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공주택 건설을 위해 토지·건물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지난 2월 28일 LH 직원의 금품 요구를 거절한 이석규(60)씨는 이후 악몽같은 나날을 보내고 있다. 토지 임대료는 4배 넘게 뛰었고, 철탑은 강제로 철거 당했다.
제보자 이석규씨 제공
"웃을 수도 있는데, 지금 제가 얘기하면 좀... 아니, 그냥 얘기할게요. 지금 제가 한 400(만원) 정도가 부족해가지고,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는데. 그래 가지고, 그러니까, 조금 어떻게 도움 좀 주실 수 있는지."(조씨)
"이건 업무 외 일이니까, 좀 의외는 의외인데..."(이씨)
"제가 사장님한테 할 수 있는 거는 최대한 늦추는 거, 아니면 진행 상황들 (협조), 이런 거밖에 없을 것 같아요."(조씨)
이씨는 다음 날 문자메시지를 통해 거절 의사를 밝혔다. 이에 조씨는 "어제 통화한 사항 도움 안 될 것 같다는 이야기인가"라고 물었고, 이씨가 재차 거절하자 "잘 처리되길 바라겠다"고 의미심장한 답변을 남겼다.
당시 이씨는 LH로부터 '휴업손실보상 4개월'을 통보받은 때였다. 그는 "땅이 확보된 상황이더라도, 아무리 빨리 이삿짐을 옮기더라도, 4개월만에 (새 골프연습장) 공사를 하고, 건물을 지을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LH가 (휴업손실보상을) 8~12개월 정도까지 안 주는 이유는, 이런 사례가 생기면 전국적으로 보상액이 수천억원이 넘을 수 있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판례를 남기지 않는 방향으로 일정 부분 조정을 거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제가) 돈을 주면 (LH 직원이) 도움을 주겠다고 한 것"이라고 폭로했다.
이씨는 LH 본사에 이런 비위행위를 알렸고, 이후 석연치 않은 일을 겪게 됐다. 그는 "그동안 골프연습장 토지 임대료로 매월 415만원씩 주고 있었는데, (LH가) 갑자기 월 1850만원으로 청구서를 보낸 것"이라며 "LH가 토지를 공탁한 뒤 땅값이 올랐다고 하는데, 감정평가사들이 담합한 것은 아닌지 의심됐다"고 했다.
당초 이씨는 골프연습장 내 토지는 임차해 사용 중이었고, 건물과 철탑·그물망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LH의 개발사업으로 토지주가 LH로 변경됐고,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동안 토지 임대료가 폭등한 것.
금품수수 고발 뒤 4배 넘게 뛴 임대료, 철거된 철탑
또 곧바로 수용 완료된 건물과 달리 골프연습장 내 철탑과 그물망의 경우 추가 보상이 필요했는데, LH가 임의로 이를 강제 철거하기도 했다. 해당 부지의 토지·건물에 대한 명도단행가처분 당시 재판부가 '철탑·그물망은 민사소송 대상이 아닌 행정대집행 대상에 해당한다'고 결론 내린 이후 관련 보상 절차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이씨는 "건물에 대해선 보상받았지만, 철탑 부분은 지장물이기 때문에 행정대집행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LH가 마음대로 부숴버린 것"이라고 했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이 같은 부분이 명확히 드러난다. 지난 2021년 5월 7일 대법원 재판부는 "지장물에 관해 토지보상법에 따라 이전에 드는 실제 비용에 못 미치는 물건의 가격으로 보상한 경우, 그 보상만으로 해당 물건의 소유권까지 취득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지장물의 소유자에 대해 그 철거 등을 요구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씨의 말이다.
"직원 금품수수를 고발하니까 저에게 보복을 가한 거고, 다음에 또 약이 오르니까 재물손괴를 감수하면서도 (철거를) 밀어붙인 거죠. 윤석열 정부는 기득권, 카르텔 집단의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그러지만, 말로만 그런 거죠.
정부, 여당, LH 다 똑같이 움직입니다. 일반 국민은 정부의 비호를 받고 있는 LH라는 거대 괴물과 싸우다 지쳐 포기하게 됩니다. 과연 대한민국에 국민을 위한 법이 존재하기는 합니까?"
"철탑 등 철거는 재물손괴, 처벌받으면 된다 판단한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