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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제보15화

교사도 '불법촬영' 피해 가능성 있는데... 가해 학생 만나게 한 학교

[제보] 여성 교사들에게 '화장실 불법촬영 카메라 설치' 학생 방문상담 시켜... 당사자 고통 호소

등록 2023.11.20 18:13수정 2023.11.30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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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방문이 있은 10월 26일, B교사의 근무상황부. ⓒ 교육언론창


제주도에 있는 한 공립고교가 여성 교사 두 명에게 학교 안 화장실에 불법촬영 카메라를 설치한 학생을 만나도록 가정방문을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여성 교사 두 명은 피해 당사자일 가능성이 있다.

이 가정방문의 충격으로 교직 3년차 여교사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3개월 진단을 받고 학교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두 여성 교사에게 해당 학생의 가정방문을 지시한 이 학교 남성 교감은 "내가 학교를 비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두 교사는 왜 학생의 집에 가야했을까 

20일 교육언론[창]은 제주 A고 B교사가 적은 'B의 상태 기록' 문서를 살펴봤다. B교사는 이 문서에서 "지난 10월 26일 1교시 수업 뒤 갑자기 쉬는 시간에 (학생부장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학교폭력 사안 처리에서 필요한 가해자 진술서가 필요해서 가정방문을 가서 해당 종이에 가해 학생이 작성한 내용을 받아 오라는 (교감의) 지시가 있었다"면서 "그래서 학생부장(여)과 내(B교사, 여)가 2~3교시 동안 가정방문을 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B교사는 "'교감선생님(남)이 말하길 관리자는 보고받는 입장이라고 가정방문을 안 가시겠다'고 거부하셨다고 한다. 학생부장님이 (나에게) '미안하다. B선생님과만 같이 가게 됐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두 교사가 이날 가정방문을 통해 만난 사람은 '학교 화장실 불법촬영 카메라 설치' 사실을 지난 10월 20일께 자수한 C학생(고3)과 C학생의 아버지였다. C학생은 A고 관계자에게 "학교 화장실 여러 곳에 10번 이내의 불법촬영 카메라를 설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날 가정방문을 한 두 여성 교사가 피해당사자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C학생의 담임교사이기도 한 B교사는 교육언론[창]과 통화에서 "'나도 (불법촬영의) 피해자이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이렇게 학교 지시로 만나도 되는 건가?'란 생각이 들었다"면서 "가정방문 2시간 동안 가해 학생이 진술서를 작성하다가 중간에 펜을 짓눌렀을 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공포심을 느꼈다. 저 펜이 내 생명에 위해를 가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B교사에 따르면 두 교사는 가정방문 직전 차안에서 "'혹시나 가해 학생이든 아버지든 달려들면 서로 한 명이라도 빠져나와서 112에 신고하자'라고 다짐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가정방문 직후 B교사는 화장실을 가지 못하고 곽휴지를 볼 때 몸을 떠는 등 극도의 공포에 시달렸다. 병원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등의 병명으로 '3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B교사는 현재 병가를 내고 학교에 나오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학교는 불법촬영 범죄 피해자일 수도 있는 두 교사만 가해 학생을 포함해 두 남자만 살고 있는 가정에 보낸 것일까?

B교사는 "가정방문 직전, '남자 교원이 한 명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느냐'는 한 교원의 질문에 교감이 '나는 보고 받는 입장이라 갈 수 없다. B교사가 이번 사안을 알고 있으니 함께 가라고 직접 말했다'는 사실을 전해 들었다"면서 "여성 교사 두 명만 가해 학생 집에 보낸 교감에 대해 정말 화가 나고 억울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교감 "담임인 B교사가 상담하라는 취지"... B교사 "그런 말 들은 적 없어"

이에 대해 A고 교감은 교육언론[창]과 통화에서 "내가 '보고 받는 입장이라 가정방문을 갈 수 없다'고 말했는지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날 내 발언 취지는 교장이 없는 상황에서 교감까지 학교에서 자리를 비우면 안 된다는 뜻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당시 해당 학생이 '불법촬영 카메라'를 설치한 것은 알았지만, 10번이나 불법촬영 카메라를 설치했는지는 몰랐다. 다른 남자 선생님을 보낸다면 이번 사안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되는 것이기에 이미 사안을 알고 있는 교사들이 가정을 방문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교감은 "B교사의 경우 학생이 극단 선택을 암시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담임으로서 가정을 방문해 상담을 하도록 하려는 취지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B교사는 "가정 방문 당시 교감선생님이나 학생부장으로부터 '가해 학생 상담을 하라'는 말을 들은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교육전문언론 교육언론[창](www.educhang.co.kr)에서 제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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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카범죄 #가정방문 #교육언론창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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