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 후 10개 구단 팬들이 다같이 모여 응원하는 영상 유튜브 야직영(야구직관영상)의 일부를 캡처함. 10개 구단의 응원가를 모든 팬들이 함께 모여 부르고 있음.
야직영(야구직관영상)
'누구는 지금 팀장이라는데, 연봉이 얼마라는데. 누구는 책을 낸다는데...' 하는 못생기고 비교하는 내면의 목소리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나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고는, '지금 할 수 있는 걸 하자' 모드가 된다.
평일 저녁 식사 후, 아이는 거실 테이블에 앉아 수학 문제집을 펼치고 나는 식탁 앞에 앉아 노트북을 펼친다. 둘 다 한숨을 내쉰다. 일이나 공부를 하기는커녕 얼마나 더 해야 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자꾸 뒤적이기만 한다.
"아, 숙제하기 싫어."
아이가 말하면 나도 질세라 "엄마도 일하기 싫어" 하고 말한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바로 'KBO 응원가'다. 거실 TV로 응원가 플레이리스트를 튼다. 응원가는 우리의 시무룩한 기분을 끌어 올려 준다. 흥얼거리며 해야 할 일을 한다. 아이도 나도 롯데 팬이다보니 롯데 응원가가 나오면 손을 높이 들고 칼율동(칼군무라고 하기엔 너무 간단한 동작)을 한다.
응원가를 자주 듣다 보니 유튜브를 클릭하면 응원가 관련 영상들이 그 아래 주르륵 뜬다. 얼마 전엔 희망 더하기 자선 야구 뒤풀이 응원 영상이 올라왔다. '10개 구단 팬들과 하나가 되어 즐기는 올해 마지막 응원'이라는 부제가 붙어있어 호기심에 클릭했다.
자선 야구 경기가 끝나고 10개 구단의 몇몇 팬들이 주도해서 응원가를 부르고 주변의 다른 사람들도 합류해 즐기는 모습이 담긴, 현장에서 직접 촬영한 직캠 영상이었다.
팬의 마음은 팬이 안다
경기 때는 상대 팀을 견제하며 자신의 팀만 최강이라고 응원하는데, 그 영상에선 모든 구단의 팬들이 함께 10개 구단의 응원가를 부른다. LG 유니폼과 한화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최,강,롯,데! 승,리,한,다!' 하고 함께 외친다. 그 모습을 보는데 기분이 묘했다. 팔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그래, 결국은 다 같은 마음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