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자료사진).
연합뉴스
아이는 어떻게 키워야 잘 키우는 걸까. 알 듯 알 듯 모르겠다. 우리 딸은 곧 중학생이 된다. 작년 12월, 다른 학교들보다 조금 이른 졸업을 한 아이에게 말했다.
"내년 3월 입학 때까지 학교 안 가도 되네? 엄청 좋겠다."
내 말에 아이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좋긴 뭐가 좋아. 학원 가야 하는데."
아이는 일주일에 두 번 영어와 수학 학원에 간다. 내가 보기엔 최소한으로 다니는 것 같은데도 아이는 틈만 나면 한숨을 쉰다.
학창시절의 나를 생각하면 몸은 학원에 있으나 마음은 딴 곳에 있을 때가 많았다. 학원에 있는 시간은 길었으나 정작 공부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았다.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하면 좋든 싫든 6년 동안 공부해야 하는데 초반부터 힘을 빼면 안 될 것 같다.
"그래, 앞으로 공부할 날이 많은데 뭐. 학원 다니지 마. 좀 쉬어. 신나게 놀아."
그리하여, 우리 딸은 중학교 입학 전에 룰루랄라 자유시간을 만끽하게 되었다.
그러나 곧 깨닫게 되었다. 난 아이에게 자유시간을 준 게 아니라, 자유롭게 핸드폰 보는 시간을 준 것이었다. 아이는 종일 핸드폰을 끼고 살았다. 결국 한 달이 지났을 무렵, 아이와 타협을 했다. 하루에 3개씩 영어 문법 유튜브를 보고 정리하기로.
그런데 아이가 공부하는 걸 자세히 보니 아이는 가짜 공부를 하고 있다. 나에게 검사받기 위해 그저 노트를 채우고만 있다. 딸을 불러 말했다. 네가 하는 공부는 나에게 보이기 위한 가짜 공부 같다고.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그래, 맞아. 가짜 공부 같아. 차라리 영어 만화를 보는 게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되겠어."
"그래, 그럼 영어 만화를 보자."
아이는 넷플릭스로 쉬운 영어 만화를 보기 시작했다. 아쉽게도 그날 하루만.
달력을 보니 2월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또 뭘 새로 하라고 하는 것도 이러쿵저러쿵 잔소리를 하는 것도 면이 안 선다. 우리는 종종 같이 대화를 하지만 머릿속엔 서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다.
엄마 카톡 밥 먹듯 '읽씹'하던 딸, 바로 '칼답'한 이유
그러던 중 지난주 아이가 캠프에 갔을 때, 뉴스 하나를 봤다. 류현진이 한화에 온다는 뉴스. 그 당시엔 아직 계약 전이었다. 딸에게 카톡을 보냈다.
'소식 들었어? 류현진 한화 온대.'
평소 내 카톡은 밥 먹듯 '읽씹'하던 딸인데 어쩐지 그날은 바로 답이 달렸다.
'기사 나온 3시에 봤지. 아. 류현진 오지 마라. 오지 마라. 오지 마.'
류현진이 한화에 간다는 건, 롯데자이언츠 팬인 우리에겐 비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