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희 장남들보전시민모임 사무국장
김병기
조 국장과 함께 모티터링하던 유경숙씨가 논둑길을 걷다가 깃털이 한 무더기 빠져있는 곳 앞에서 멈췄다. 혈흔이 남겨진 뼈도 있었다. 도심 속의 섬처럼 고립됐지만, 생태계의 먹이사슬이 왕성하게 살아있는 야생의 공간이라는 징표였다. 조 국장이 말했다.
"와~ 이건 흰꼬리수리나 말똥가리가 사냥한 흔적이네요. 희생양은 멧비둘기인가? 삵과 같은 야생동물은 통째로 먹는데, 뾰족한 이 깃털 끝을 보세요. 맹금류는 깃털을 이렇게 뽑은 뒤 영양분이 풍부한 내장부터 먹거든요. 금개구리를 보존하려고 논농사를 유지하는데, 풍부한 먹이 때문에 많은 조류들이 이곳을 찾습니다. 최상위 포식자인 독수리나 황조롱이 같은 맹금류들도 많죠. 또 이곳은 그해 태어난 어린 삵들의 사냥 연습터입니다."
조 국장은 이어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어서 멸종위기종인 대모잠자리 등 곤충류도 많고, 들쥐와 같은 설치류, 삵과 너구리 등 다양한 생명들이 공존하는 완벽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면서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도 36종이나 된다"고 말했다.
장남들의 동쪽 끝에 있는 부들 논으로 다가갔다. 부들로 둘러싸인, 그리 크지 않는 물웅덩이다. 20일, 큰고니들이 아침 일찍 잠자리를 털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인기척에 놀란 청둥오리가 날았다. 쇠물닭, 흰눈썹뜸북이 등 다양한 새들이 물속이나 물가에서 놀고 있었다.
"아, 저거, 저거... 긴발톱할미새! 노랑할미새와 발 색깔이 달라요. 쟤는 검은색인데, 노랑할미새는 핑크색. 와, 대박이네!"
이날 새 이름을 줄줄이 대면서 모니터링을 하던 이경호 대전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입으로는 감탄사를 날렸다. 이 처장은 지난 11월 15일 열린 한 포럼에서 발제하면서 "지난 96년에 이곳에 왔을 때 100여 종의 조류를 발견했다, 우리나라를 통틀어서 하루에 100여 종의 새를 만날 수 있는 곳은 아마도 이곳이 유일할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관련 기사 :
"세종보 물 채우면 멸종위기 '흰수마자' 절멸할지도" https://omn.kr/26fe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