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경일일 표지동경일일 표지
문학동네
시오자와는 30년 경력의 베테랑 편집자이기 때문에 수많은 만화가와 작업할 수 있었다. 퇴직하기로 한 후, 오랜 시간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만화가들의 '만화가'를 찾아 나선다. 1~2권에서는 타치바나 레이코(5화), 아라시야마 신(6화), 키소 카오루코(8화), 니시오카 마코토(10화), 이이다바시 마치코(13화) 등의 만화가들이 그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절박하게 만화를 그렸다는 사실이다. 독자의 인기를 의식하기보다는 자신의 목소리로 만화를 짓고자 애썼다. 어쩔 수 없이 현실과 타협하기도 했지만, 죽을 각오로 만화를 그렸다.
동시대는 붓과 펜으로 더 이상 만화를 그리지 않는 시대가 되었지만, 이들은 과거의 방식을 고수하며 작품을 이어나간다. 이 지점은 만화가 웹으로 전환되는 매체 전환 시대의 분위기를 담고 있기도 하다. 독자들은 이 지점에서 시오자와가 꿈꾸는 만화책을 짐작할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단순한 만화가 아닌 영혼이 담긴 만화가의 '만화'인 것이다.
누군가는 이런 만화책을 예술만화라고 부를 수 있지만 예술만화로 국한하기보다는 자신의 목소리를 긍지 있게 밀고 나갈 수 있는 만화가라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앞으로 <동경일일>이 계속해서 번역된다면 조금은 더 구체적인 모습으로 시오자와의 만화책을 예측할 수 있겠다.
이 책에서 흥미로운 것은 이 작품에서 등장하는 또 다른 편집자인 하야시 리리코다. 시오자와가 퇴직하게 될 때, 그의 직무를 대신 맡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카즈오가 담당했던 신인 만화가 '아오키'를 대신 맡는 인물이다. 이 지점이 중요한 것은 상징적인 의미를 품고 있어서다.
즉, 리리코의 삶이 시오자와의 과거 모습을 대신 설명해 주고 있다. 시오자와가 힘들어하는 리리코의 모습을 보며 "그녀의 근심은 현역이어서 할 수 있는 고민"이라고 말한 이유는 그래서 열정적으로 일했던 자신의 과거 모습과 겹친다고 볼 수 있고, 이런 서사는 <동경일일>을 횡단하는 하나의 긴 줄기이다.
역으로 리리코가 담당하는 철부지이자 열정적인 만화가 아오키의 모습은 시오자와가 현재 찾아다니고 있는 만화가들의 과거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물론, 차이가 있겠지만, 마츠모토 타이요는 이런 인물을 통해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을 중첩해 놓았을 것으로 예측된다.
과거의 편집자와 동시대의 편집자를 교차하는 모습을 독자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시오자와와 같은 훌륭한 편집자를 작가 입장에서 또다시 만나고 싶어 했는지 모른다. 아마도 이것은 작가의 '의도'일 것이다.
가능성과 재능을 이끌어주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