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크 로스코> 표지
이유출판사
그래서 오늘 다룰 〈마크 로스코〉(이유출판사, 2023)도 만만치 않다. 이 텍스트는 예술가 마크 로스코(1903~1970)의 전기를 다룬다. 그는 이 계절에 없지만, 독자들에게 '멀티 폼(Multiforms)'으로 친숙하고 유명한 작가다.
마크 로스코는 마티스의 <붉은 방>을 보고 '멀티 폼'을 극복하고 보완해 자신만의 스타일로 만들었다.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은 특정한 작가의 전성기를 의미하는 것이니 독자들은 마크 로스코가 국내 작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성기 시절의 그를 오래도록 기억하는지 모른다.
무엇보다도 그는 '표현'에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무의식에서 피어오르는 날것 그대로의 색채를 재현하기보다는 날것(무의식)이지만 정제(의식)된 것을 선호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의 예술을 보고 아폴론(낮)적인 것과 디오니소스(밤)적인 것을 추구했다고 본다. 이런 사실로도 그가 독자를 외면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이런 마크 로스코의 작가적 성향이 많은 독자에게 울림을 주었던 것으로 보인다.
약탈 피해 조국 등져야 했던 청년
물론, 그의 삶은 순탄하지 않았다. 그는 디아스포라였다. 제정 러시아에서 벌어진 유대인, 소수민족, 노동자에 대한 약탈을 피해 미국으로 이민을 가야 했다. 유대인이라는 점에서 청년 시절도 고단했다. 유대인에 대한 편견과 혐오는 미국이라고 해도 예외가 아니었다. 당대 최고의 지성들이 모인 예일대학교에서도 유대인 혐오는 지속되었다. 로스코는 이런 편견 속에서 자신의 예술 작업을 묵묵히 이행해나간다.
그림을 그리는 행위는 "아름다움의 창조가 아니라 감정을 불러일으키는"(30) 것이라고 말한 막스 웨버(Max Weber 1881~1961), "1930년대 뉴욕에서 모더니즘의 지평을 열었다고 평가"(34) 받는 밀턴 에이버리(Milton Avery 1893~1965), "유럽 초현실주의를 경험한 후, 무의식을 표현하는 작업에 관심"(35)을 가진 아돌프 고틀립(Adolph Gottlieb 1903~1974) 등의 예술가들과 조우하며 마크 로스코는 자신의 예술을 긴장 속에서 운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