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투아니아 트라카이성 노면 주차장한국차를 보고 우크라이나 난민이 말을 걸었다
오영식
추운 북유럽을 지나 오늘은 독일 브레멘으로 가는 길이다. 한국인에게 '브레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브레멘 음악대'가 아닐까? 싱글대디인 아빠와 단둘이 살고 있는 아들이 외롭지 않게 해주려 나는 집에서 근엄한 '아버지'가 아닌 아들의 '친구'로 살고 있다. 그런데 어느 날 TV 동물 프로그램에서 돼지 위에 올라탄 원숭이가 나오는 걸 본 아들이 말했다.
"아빠! 저거 아빠랑 나 같아."
"어디? 뭔데?"
나는 아들이 귀여워 항상 집에서는 원숭이라고 부르는 아빠였는데, 아들의 눈에는 원숭이를 업고 있는 TV 속 돼지의 모습이 마치 나처럼 보였던 것 같다. 나도 그게 싫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부자는 그날 이후로 '돼지 아빠'와 '원숭이 아들'이 되었다.
독일 그림 형제의 동화 '브레멘 음악대'는 쓸모가 없어져 주인에게서 버려진 당나귀, 개, 고양이 그리고 닭 4마리의 동물이 브레멘 음악대에 합류하러 가는 내용으로 결국엔 자기들끼리 어려움을 극복해 행복을 찾는다.
평소 돼지와 원숭이로 친구처럼 즐겁게 지내는 나는 아들에게 행복한 동물들의 얘기를 보여주러 브레멘 시청사 앞에 있는 동상으로 갔다.
"태풍아, 이게 브레멘 음악대 동상이야."
"진짜네. 아빠 이게 진짜 있었던 얘기야?"
아직 동심을 잃지 않은 아들은 신기한 듯 물었다.
"옛날 얘기인데 그건 잘 모르겠네. 그런데 이 동물들은 서로 힘을 모아 악당도 물리치고 행복하게 살았대. 돼지랑 원숭이도 힘을 합쳐 행복하게 살자."
만지면 행운을 가져다준다는 동상의 당나귀 앞발을 실컷 문지르고 다시 코블렌츠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