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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체 이온의 '숨겨진 비밀', 전자의 눈으로 밝혔다

[세상을 깨우는 발견] IBS 첨단 반응동역학 연구단, 기체 이온 탄생과 변화 과정 실시간 포착

등록 2024.01.11 06:28수정 2024.01.11 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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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다이브로모프로판 분자에 대한 메가전자볼트 초고속 전자 회절 실험 구성도 ⓒ IBS 제공


우리 삶 전방위에 존재하며 생활 곳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온'의 숨겨진 변신 과정이 드러났다. 특히 양이온이 생성된 후 모든 동작이 일시정지하는 '구조적 암흑 상태(dark states)'에 머무르는 현상을 국내 연구진이 최초로 규명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첨단 반응동역학 연구단 이효철 단장(KAIST 화학과 교수) 연구팀은 11일 "기체 상태의 이온이 탄생하고, 변화하는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찰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이온이 구조적 암흑 상태 등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단계들을 거쳐 생성물을 형성한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밝혔다.

IBS 연구팀에 따르면, 이온은 실생활에서 우주까지 곳곳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의 리튬이온배터리부터 우리가 섭취한 음식이 흡수되어 에너지를 내는 것, 태양으로부터 오는 빛과 에너지 등 모두 이온 활동의 결과물이다. 

하지만 중요성에 비해 이온의 구조 및 형태 변화에 관한 연구는 많이 이뤄지지 않았다. 이온의 구조적 특성과 동역학을 이해하는 것이 과학과 기술 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데, 연구에 어려움이 있었다. 

연구팀은 "지금까지의 연구를 통해 가장 많은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액상에서의 분자 및 이온이 보이는 구조 동역학은 깊게 연구됐으나, 우주 화학 등에서 중요시되는 순수한 이온 형태의 분자가 어떻게 움직이며 어떤 형태를 가지는지 관찰한 연구는 지금껏 없었다"면서 "이는 순수한 이온을 생성하는 것이 어렵고, 수 피코초(1조 분의 1초)라는 찰나의 순간에 수 옹스트롬(1억 분의 1㎝) 수준으로 미세하게 움직이는 이온의 시간과 공간에 따른 변화를 실험으로 관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도 주변 계와 고립된 기체 상태 이온의 동역학을 관찰하는 것은 더 어려웠다고 한다. 

연구진은 선행 연구에서 분자결합이 끊어지는 순간(Science, 2005)과 화학결합을 통해 분자가 탄생하는 순간(Nature, 2015), 그리고 화학 반응의 시작부터 끝까지 전 과정의 분자 구조(Nature, 2020)를 원자 수준에서 관측한 바 있다. 당시 연구는 X선을 이용해 진행됐지만, 이온의 동역학 관측을 위해서는 더 높은 민감도를 가진 실험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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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2차원 회절 이미지 및 등방성 및 비대칭 성분 분해 결과 ⓒ IBS 제공

 
이에 연구진은 더 빠르고 작은 움직임을 볼 수 있도록 고안된 '메가전자볼트 초고속전자회절(MeV-UED)' 장비를 활용했다. 여기에 특정 이온을 실험에서 관측할 정도로 대량 생성하기 위해 '공명 증강 다광자 이온화 기법'을 적용했다. 


참고로, MeV-UED는 교류 전자총을 이용해 전자를 가속하는 초고속 전자 회절 실험장비로, 직류를 사용하는 기존의 시설 대비 전자를 더 고속으로 가속할 수 있어 더 우수한 시간 분해능과 더 밝은 회절 패턴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명 증강 다광자 이온화 기법'은 조사해준 광자와 공명하는 에너지 준위를 가진 분자에 대해 매우 짧고 강한 레이저 펄스를 조사하여, 상술한 공명하는 에너지 준위를 통해 분자를 이온화하는 기법이다. 이 기법은 연성 이온화 기법 중 하나로, 이온화 과정에서 분자의 파편화가 적어 온전한 상태의 분자 이온들을 대량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특히 연구팀은 "이 과정에서 중성 상태의 분자와는 다른 이온의 독특한 거동도 포착했다"면서 "이번 연구에서는 1,3-다이브로모프로판(DBP, C3H6Br2)에서 유래한 양이온의 생성 및 구조변화 과정을 관찰했는데, 양이온이 생성된 후 아무런 구조변화가 일어나지 않는 '구조적 암흑 상태(dark states)'에 머무르는 현상을 최초로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이 최초로 규명한 '구조적 암흑 상태'는 약 3.6피코초 동안 지속됐다. 약 15피코초 후 DBP 양이온은 느슨하게 결합된 브롬(Br) 원자를 포함한 중간체로 변환됐다가, 77피코초 후 브롬 원자가 떨어져 나가며 최종적으로 브로모늄 이온((C3H7Br)+)을 형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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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공진강화 다광자 이온화 과정에 따른 다이브로모프로판의 전반적인 구조동역학 ⓒ IBS 제공

 
허준 초빙연구위원(제1저자)은 "이번 연구는 분자 이온의 구조적 동역학을 실시간으로 추적한 최초의 연구라는 의미가 있다"면서 "기체 이온에 대한 이해를 확장한 만큼 화학 반응 메커니즘, 물질의 특성 변화 및 우주 화학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통찰력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 김도영 학생연구원(제1저자)은 "이온은 반응성이 높아 오랜 시간 존재하지 않고, 한 종류만 선택적으로 합성하기도 어려워 구조변화를 실시간 관측하기 어려웠다"며 "생성된 기체 이온이 바로 구조변화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형태를 유지하다가 급격한 변화를 보인다는 것을 알아냈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이효철 단장은 "이번 연구는 흔하지만 밝혀지지 않았던 이온의 감춰진 비밀을 한 꺼풀 벗겨낸 것"이라며 "과학기술이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아직도 우리가 모르는 그리고 과학자들이 풀어내야 할 물질세계의 경이로운 비밀은 많다"고 부연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11일 오전 1시(한국시각)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인 <네이처(Nature, IF 64.8)>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이처럼 생성된 이온의 시간에 따른 구조변화를 처음으로 풀어낸 연구진은 "이온이 기존에 보고된 중성 상태의 분자들과는 다르게 독특한 거동을 보이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면서 "반응 초기에 다소 긴 시간 동안 존재하는 '구조적 암흑 상태'와 비정상적으로 긴 브롬 간 거리를 가진 중간체의 구조가 대표적인 그 예시"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러한 특징들이 이 분자 이온에 한해 국한되어 일어난 현상인지, 혹은 다른 할로늄 이온이나 더 나아가 모든 이온 종에 대해서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특징인지를 파악하기 위해 우리 연구진들은 현재 후속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기초과학연구원 #이온 #구조적암흑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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