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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세를 찾았네요"... 야구 보다 깨달은 삶의 비결

변화에 빠른 적응만이 살 길... 너도 나도, 우리 모두 자신이 할 일을 하기를

등록 2024.04.01 17:41수정 2024.04.01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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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BO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와 SSG랜더스의 시범경기, 관중들이 객석을 가득 메운 모습(자료사진).
10일 오후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KBO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와 SSG랜더스의 시범경기, 관중들이 객석을 가득 메운 모습(자료사진).연합뉴스
 
롯데가 봄에 이렇게 못 한 적이 있었나. 한화가 이렇게 부러운 적이 있었나. 야구는 대체 뭐길래 내 마음을 이렇게 들었다 놨다 하는 걸까.


지난 일요일, 라인업을 보는데 낯선 이름이 있다.

"딸, 저기에 손호영이란 선수가 라인업에 있는데?"
"엄마, LG에서 트레이드 된 선수야."


요즘 야구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면 먼저 딸에게 묻는다. 딸은 롯데 자이언츠 인스타와 주요 선수 인스타는 물론 치어리더들의 인스타까지 팔로우하고 있어서 정보가 빠르다. 딸은 롯데의 우강훈 선수와 트레이드 됐으며 팬들의 반응이 어떤지도 설명한다.

시즌이 시작됐는데도 선수들의 트레이드는 끝나지 않는다. 팬들은 이렇다 저렇다 트레이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얹는다. 김태형 감독은 가능성 있는 신예를 내어주고 당장 쓸 수 있는 즉시 전력감을 선택했다.

난 감독도 아니고 야구에 대해서는 전문가가 아니니까, 그저 응원할 뿐이다. 갑자기 트레이드된 손호영 선수가 마음을 잘 다잡아 롯데에서 잘해주길. 선택해준 롯데 감독의 믿음을 저버리지 않기를.


어쨌든 구단 프런트는 프런트의 일을 하고 있다. 전략을 세우고 실행한다. 선수는 선수의 일을 하면 된다. 빨리 받아들이는 것이 지혜로운 일인 경우도 많다.

올해부터 KBO에 'ABS(Automatic Ball Strike system)', 즉 야구 자동투구판정' 이 도입되었다. 심판이 판정하던 스트라이크와 볼을 판정하는 기계가 도입된 것이다.


요즘 야구를 보다 보면, '저게 스트라이크라고?', '저게 볼이라고?'하고 의아할 때가 많다. 생각지도 못한 볼 판정에 투수는 습관적으로 심판을 바라보지만 심판의 판정이 아니기에 뭐라 할 말이 없다. 관중들이 느끼기에도 스트라이크존 설정이 예전과 달라진 것 같은데, 선수들은 오죽할까.

변화에 빨리 적응해야 살아남는다 

해설 위원들은 빨리 적응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자신의 머릿속의 스트라이크 존을 지우고 새로운 시스템에 빨리 적응하는 팀이 우위를 차지할 거라고. 어디에나 변화는 있고 그 변화에 빨리 적응하는 자가 살아남는다.

유강남은 프레이밍 기술이 뛰어난 선수다. 프레이밍은 포수가 스트라이크 존에 살짝 빗나가는 공을 잡자마자 스트라이크 존으로 당겨와서 합법적으로 심판의 눈을 속이는 기술이다. 그런데 ABS의 도입으로 이 기술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유강남은 자신이 프레이밍 기술만 뛰어난 선수가 아니라 볼 배합 능력, 블로킹 능력, 도루 저지 능력 또한 뛰어난 포수임을 증명해야 한다.

이와 중에 눈에 띄는 선수는 이학주 선수다. 2군에 있다가 지난 일요일(3.31) 다시 1군에 올라왔는데 타격 자세가 바뀌었다. 자세가 신기해서 TV를 보던 나도 일어나서 자세를 따라 했다. '원래 공을 이렇게 쳤던가' 생각하고 있었는데 안타를 쳤다. 기대하지 않아서였을까, 더 반가웠다. 해설 위원도 몇 마디 덧붙였다.

"이학주 선수, 2군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요? 자신만의 자세를 찾은 것 같습니다."

역시, 자세가 바뀐 게 맞았다. 자세를 바꾸기에는 늦었다고 생각되는 나이, 만 33살. 프로선수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노력하는구나. 주목받았던 시기도 있지만, 무릎 부상 이후 좀처럼 예전 기량이 올라오지 못한다는 생각에 안타까웠던 선수다. 이날, 이학주 선수는 5타석 4안타를 쳐냈다.

감독도 프런트도 많은 변화가 있었고 ABS 도입, 피치 클락 도입 등 규정상의 변화도 많은 2024시즌이다. 그 변화를 위기가 아니라 기회로 받아들이는 선수들이 되기를 응원한다. 프런트도 선수들도 자신만의 일을 잘 해내기를.

그건 그거고, 일요일 경기를 11회까지 간 접전 끝에 상대팀 NC에게 아쉽게 졌다. 난 야구 중계방송을 끄고 현실로 돌아 와 청소를 하고 저녁 준비를 한다. 핸드폰을 보는 딸이 눈에 걸린다. "할 꺼 다했어? 숙제는 다 했고?"라고 물으니, 딸은 "안 그래도 하려고 했거든." 하며 책을 편다. 야구도 딸도 내 맘 같지 않다.

아, 나도 사춘기인 딸에게 적응할 때인가 보다. 변화에 발 빠르게 적응해야 할 텐데. 
덧붙이는 글 개인 브런치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롯데자이언츠 #ABS #이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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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살아 갈 세상이 지금보다 조금 나아지기를 바라며 내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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